24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인근에 3만50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기후정의행진'을 진행했다.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농민,노동자, 장애인 등 400여 개가 넘는 단체가 행진에 참여했다.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진행한 기후행동에 약 5000여 명이 참여한 것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후행동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340여 개 단체와 2300여 명의 추진위원으로 구성된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는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 중단, 불평등 종식, 기후위기 당사자 목소리 확대 등 기후정의 실현을 요구하며 이번 행진을 주최했다. 매년 9월 24~25일은 '세계 기후정의를 위한 행동의 날'로 전세계 각지에서 기후행동이 진행된다. 23일에는 '글로벌 기후파업의 날'을 맞이해 청소년기후행동이 '기후파업'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재각 기후정의행동 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지난 인터뷰에서 "정부와 기업이 기후정의에 침묵하며 녹색성장을 말하는 사이 시민들은 일상에서 기후재난을 직면했다"라며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에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 먼저 배출을 줄여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기후정의행진의 의의를 밝혔다. (관련 기사 ☞ "모두가 생존할 것이냐, 기업만 생존할 것이냐? 침묵을 깰 때" )
최근 전 세계에 다양한 '기후재난'이 발생하면서 "선진국과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후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지난 9일 기록적 폭우로 수천 명의 사상자와 기후난민이 발생한 파키스탄을 방문해 "파키스탄은 기후변화에 기여한 정도가 낮지만 기후변화에 가장 극적으로 영향을 받은 국가"라며 '기후 불평등'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또한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해 "전체 온실가스에서 파키스탄의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라며 "(파키스탄이 입은) 손실과 훼손에 대해 정의 같은 것을 기대하는 건 전적으로 합당하다"라고 말했다고 24일(현지 시각) 현지 매체가 전했다.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도 한국에서도 기후 '부정의'가 있다며 기후정의를 실현해야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시민들은 각자가 처한 위기와 상황이 담긴 피켓을 직접 만들어오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문애린 활동가는 "홍수와 같은 기후재난이 벌어져도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제때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하는 일도 벌어진다"라며 "코로나19 당시 장애인 격리와 죽음 등에서 보았듯이 기후위기와 기후재난 속에서 장애인들이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성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 또한 "삼척과 같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소비하고 있는 대도시 사람들에게 야단을 치고 싶다"라며 "수도권의 전기소비를 위해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로 삼척주민들은 극심한 갈등과 희생을 겪고 있다"라며 '탈석탄법' 제정 청원을 촉구했다. 탈석탄법이란 기후 환경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신규 석탄발전 건설 사업을 취소하라는 내용이다. 현재 국회 입법 청원이 진행 중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는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소속 박종현 씨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혀 하나 둘씩 폐지 하지만 발전소에서 일하는 당사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라며 "노동자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주최 측은 "우리가 서있는 곳은 참담한 재난의 현장"이라며 "허울 뿐인 그린워싱에 기만당하지 않고 '배출제로' 시대를 앞당기고 기후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시청역, 광화문, 안국역, 종각 등에서 행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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