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발 악재가 국내 금융권에 암운을 드리우는 형국이 새로운 한주에도 계속됐다. 원화 가치가 폭락해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돌파했고, 증시는 일제히 주저앉았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원화 가치는 개장과 동시에 9.7원 오른 1419.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어 곧바로 1420원을 돌파하더니, 오전 11시를 지나며 1430원 선마저 꿰뚫었다. 오전장에만 전 거래일보다 20원 넘는 폭등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은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전 세계를 강타하던 지난 2009년 3월 17일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430원 선을 넘어섰다. 원화 가치 폭락과 더불어 증시도 일제히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9.06(-3.02%) 폭락한 2220.94로 장을 마감했다. 연저점이다. 장기간 순매도세를 이어간 외국인에 더해, 개인투자자까지 순매도로 전환해 장 하락세를 주도했다. 코스닥은 무려 5% 넘는 폭락장을 연출했다. 전 거래일보다 36.99(-5.07%) 하락한 692.37로 장을 마감하면서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진 70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가 700을 밑돈 것은 지난 2020년 6월 15일 이후 2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연준이 주도하는 초고강도 금융정책 여파가 한 주가 지나서도 국내 금융권을 뒤흔들었다. 달러화 강세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원화 가치 폭락과 더불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으로부터 증시 폭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국내 금융권은 일찌감치 '검은 월요일'을 맞을 가능성이 점쳐졌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486.27(1.62%) 내린 2만9590.41로 장을 마감해 연저점을 경신했다. S&P500지수는 64.76(1.72%) 하락한 3693.23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는 198.88(1.80%) 하락한 1만867.93을 기록했다. 미국으로부터 전해지는 비관론이 국내 금융권에 태풍을 일으킨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미 연준과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한 정보 교환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정부 당국은 외환시장 압박에 나서는 등 관련 대응에 나섰으나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미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인해 앞으로도 하락 장세가 이어지리라는 관측이 더 힘을 얻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지수 최고치에 비해 620조996억 원 줄어들었다. 어두운 소식이 이어지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강달러 기조가 아시아에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구체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은 미국이 가파른 속도로 정책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중국, 일본과 기준금리 격차가 커짐에 따라 아시아에 새로운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달러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임이 확실시되면서 위기 국면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화 매수 열풍이 일어나 신흥국 투자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갈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달러 랠리가 금융을 넘어 서서히 실물로 불을 옮길 가능성이 점쳐지는 형국이다. 실제 미국과 정반대로 여전히 완화 정책을 고수하는 일본의 경우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5엔을 돌파하는 등 한국보다 심각한 수준의 화폐 가치 하락을 앓고 있다. 중국에서도 이상 신호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중앙은행 격인 런민(人们)은행은 26일 위안/달러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378 올린 7.0298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7위안을 넘어선 것은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아시아 증시는 이날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22.28(-2.66%) 폭락한 2만6431.55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9.02 하락한 3049.35가 됐다. 타이완 가권지수는 340 포인트 넘게 하락해 1만3778.19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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