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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또래 주검으로 돌아와…이란 여학생들도 시위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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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또래 주검으로 돌아와…이란 여학생들도 시위 합류 히잡 벗고 도로 행진 및 최고지도자 초상 모욕도…인권단체, 시위 사망자 154명 추정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끌려간 쿠르드족 여성이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 물결이 여성 고등학생들에게까지 번졌다. 이란 곳곳에서 여학생들이 히잡을 벗고 도로를 행진하는 모습과 교실에 걸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초상을 모욕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여학생들의 시위 합류는 시위에 참가한 또래 여성이 주검으로 돌아온 사실이 폭로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쿠르드족 페미니스트들의 구호인 "여성, 삶, 자유"가 전국 시위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번 시위가 민족과 계층을 아우르는 시위로 발전한 배경엔 이란 경제 혼란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각) 영국 BBC 방송 및 <가디언>을 보면 이란에서 지난달부터 3주째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여성 고등학생들이 합류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 등을 보면 3일 이란 남부 파르스주 쉬라즈에선 적어도 수십 명의 여학생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히잡을 벗어 휘두르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수도 테헤란 서쪽에 위치한 도시 카라지에서도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히잡을 손에 쥐고 흔들며 "우리가 단결하지 않으면 그들(정권)이 우리를 한 명씩 죽일 것"이라고 외치며 도로를 행진했다. 쿠르드 거주지인 북서부 사난다지 여학생들도 히잡을 벗어 흔들며 시위에 동참했다. 4일엔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고향 사케즈에서 적어도 수십 명의 여학생이 "독재자에게 죽음을"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벌였고 카라즈 여학생들은 4일에도 도로 행진을 계속했다. 이에 더해 3일 카라즈의 한 학교에선 적어도 수십 명의 여학생들이 교육 담당 관리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질책하며 물병 등을 던지며 항의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란의 한 학교에서 여학생들이 히잡을 벗어 한 손에 든 채 다른 손으로는 교실에 걸려 있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초상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거나 초상이 보이지 않게 뒤집어 놓는 모습도 발견됐다. 여학생들의 광범위한 시위 참여는 시위에 참여한 또래 여성이 주검으로 발견되며 사회적 분노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BBC 페르시아 등 외신을 참조하면 살아 있었다면 지난 2일 17살 생일을 맞이했을 10대 여성 니카 샤라카미가 지난달 20일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전한 것을 마지막으로 실종돼 열흘 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더욱이 보안군은 가족에게 주검을 인계하는 대신 샤라카미의 주검을 비밀리에 매장했다는 폭로가 3일 나왔다. 3일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번 시위를 "폭동"으로 칭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BC 방송은 고등학생들의 시위 동참은 이란 정권이 직면한 "심각한 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이란 지도부의 반대자는 더 이상 (반대파) 정치인들과 20대 시민들만이 아니다. 지도부는 이제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태워버리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여학생들에 직면했다"며 "이제 모든 학교와 대학이 시위의 잠재적 본부가 될 수 있다. 10대들은 매일 학교에 모여 어떻게 정권을 전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들, 시위 전방서 물리적 충돌 불사하고 머리카락 자르며 상징 자원까지 제공…연대·분노 촉발

여학생들을 포함해 이번 시위에선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들이 시위 전면에 나서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는 한편 공개적으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히잡을 태우며 시위에 상징성을 부여해 더 광범위한 분노와 연대를 촉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전역 80곳 이상의 도시에서 광범위한 계층을 아우르며 퍼진 이번 시위에서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는 강요된 외양에 대한 항의와 더불어 아미니를 비롯해 이번 시위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의례로, 이 행위가 시위에 불을 붙이는 데 일조했다고 봤다. 매체는 나르게스 바조글리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학대학원(SAIS) 중동연구 교수를 인용해 사망자들에 대한 공식적인 애도 의례가 1979년 이슬람혁명의 성공을 핵심적으로 도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의례가 당시와 닮아 있고 온라인에 광범위하게 퍼지며 시민들의 반정부 감정에 불을 지피고 더 많은 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쿠르드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쓰이던 "여성, 삶, 자유"라는 구호가 페르시아어로 번역되지 않고 쿠르드어 그대로 전국 시위에서 사용되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여성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 시위가 민족과 계층의 경계를 가로질러 광범위한 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라는 것이다.

시위 근저엔 경제 불만…이란인들 "제재보다 국내 부패로 경제 나빠져"

시위가 민족과 계층을 아우를 수 있었던 근저에는 이란의 경제적 혼란과 이를 해결하지 못한 지도층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미국이 제재를 재개한 뒤 이란의 화폐 가치는 하락하고 소득 불평등은 악화됐으며 중산층이 몰락하고 물가가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제재 이후 이란 경제 상황이 뚜렷하게 악화됐지만 이란 내부에선 제재보다 지도층의 경제 관리 부실과 부패를 문제의 원인으로 꼽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9월 메릴랜드대 국제안보연구센터 공공정책대학원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란인의 74%가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평가했고 63%가 그 원인을 국내 관리 부실과 부패로 꼽아, 제재를 문제로 꼽은 비율(34%)을 크게 앞섰다. 시위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4일 시위가 이란의 적들이 꾸민 음모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 아래 시위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인권단체는 4일 누적 사망자수가 적어도 154명에 달하고 이 중 18살 미만이 적어도 9명이라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4일 EU가 "아미니 살해와 시위대에 대한 보안군의 대응 방식을 해결하기 위해 제재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평화로운 시위대에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들에게 추가적 비용을 부과하겠다"며 제재를 예고했다.  
▲4일(현지시각) 기준 이란에서 3주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 고등학생들이 시위에 합류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모욕하는 행동을 취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됐다. 이란에선 지난달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끌려간 쿠르드족 여성이 의문사한 뒤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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