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UN의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를 초과하면 고령사회,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에 노령인구가 15.7%로서 고령사회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6%에 달해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정되어 있다. 이웃 일본은 1994년 고령사회, 2006년 초고령사회에 도달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서구 유럽 국가 대부분이 동일한 인구변화를 겪고 있는데 2022년 현재 유럽의 22개 국가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사회의 많은 변화와 적응을 요구한다. 특히 한국과 같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는 사회는 준비와 적응의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문제의 크기와 심도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빈집관리 전문서비스가 등장하고, 생필품을 못사는 고령자 '구매난민'에 대한 조력시스템, '컬렉티브 하우스' 등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한다, '컬렉티브 하우스'는 은퇴자, 독신 노인 등이 독립된 거주를 유지하면서 일상생활의 일부분을 함께하는 주거 형태를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지난 달 29일 우리나라 통계청은 '2022 고령자 통계'를 발표하였다. YTN 뉴스에서는 이날, '초고령사회 초고속진입…노인빈곤은 압도적 1위'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생활비 마련 때문에 노인 10명 중의 6명은 여전히 일하고 싶다는 내용도 눈에 밟힌다. 더 엄밀한 연구자료들을 참조하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20년 현재 38.9%로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 은퇴 연령은 2018년 기준 평균 72.3세로 조사되었는데,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연령도 OECD 국가 중의 1위이다. 경제선진 국가 중에서 가장 오래 장기간 일하는 국민인데, 역설적으로 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아이러니에 당황스럽다. 초고령사회의 인구감소, 마을소멸, 빈집관리, 사회적 고립, 돌봄, 고독사 등의 문제에 더하여 '노인빈곤문제' 해결이라는 큰 과제가 우리에게 놓여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오랫동안 경제활동으로부터 은퇴하지 못하는 이유로, 첫째 노후소득보장제도의 낮은 급여수준, 둘째 가족원조체계의 붕괴,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의 독특한 '근면'문화를 든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유는 변화를 위한 정책적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지만, 노후소득보장제도를 구성하는 국민연금의 제도개혁,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역할과 기능의 재조정 등의 문제는 시급히 논의 테이블에 올려서 합리적인 결론을 맺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의 보험료는 소득의 9%이고, 노령연금의 소득대체률은 40년 가입기준 가입자 평균소득의 40%이다.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 변화와 산업경제구조 변동 등을 고려하여 5년마다 국민연금재정의 장기추세를 점검하고 재정안정을 위한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도록 되어있으나, 2007년 이후 제도개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18년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4개의 서로 다른 안들을 통합하여 단일 개정법안을 만들지 못하였다. 국민연금 개혁의 목표는 노후소득보장 강화로 노인빈곤을 예방하고,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것이었다. 노후 소득보장의 적절성과 연금재정의 건전성은 서로 상충하는 목표이다.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급여수준을 낮추어야 하고, 소득보장의 적절성을 위해서는 급여수준을 높여야 한다. 급여수준도 높이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 당시 정부는 4가지 안을 복수로 제안했다. (가)안 현행제도 유지안: 기초연금 30만원 + 국민연금 현상유지(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 (나)안 기초연금 강화안: 기초연금 40만원 + 국민연금 현상유지, (다)안 노후소득보장강화안: 기초연금 30만원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2%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마지막 (라)안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로 소득보장수준을 더 강화하는 내용이다. 기초연금을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나)안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치면 평균 급여액이 월 101.7만 원으로서 노인 빈곤 예방 효과가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되나 기초연금 재정지출이 급속하게 증가할 우려가 제기되었다(2026년 28.6조 원). (다)안은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45%로 증가하여 평균 급여액이 91.9만 원으로서 노인 빈곤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보험료를 2021년부터 5년마다 1%씩 인상하여 2031년에는 12%를 부담하게 하여야 한다. (라)안은 급여수준이 50%로 더 증가하고 보험료율을 13%까지 인상하는 안이다. 보험료 인상에 호의적이지 못한 국민에 대한 설득과 합의가 필요하다. 당시 정부는 단일 안을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공적연금 제도개선을 위한 개정법 입법을 추진하지 못하였다. 2022년 현재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수급자 평균 급여 수준은 월 57만6905원으로 평가된다. 2022년 OECD 기준 빈곤선은 월 97만2406원(중위소득의 50%)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탈빈곤이 불가능하다. 국민연금 평균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전액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월 87만6095원에 불과하여 여전히 빈곤선 이하이다. 노후소득보장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 중 빈곤율이 가장 높은 이유가 이렇게 설명된다. 우리나라 노인은 공적연금 급여만으로는 빈곤 예방이 어렵고 재산소득이나 근로소득이 더해져야 생활 유지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생계비를 보태기 위해서 10명 중의 6명은 일하기를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노인빈곤율 1위'라는 창피함으로부터 벗어나려면, 70·80년대 경제성장의 토대가 되어준 지금의 어르신들에게 덜 미안하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 품위 있는 경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공적연금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부담을 늘리고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연금제도 개혁을 단행했던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급여 수준과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단순한 처방만으로 적절한 대책이라고 하기 어렵다. 2009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독일은 2004년부터 인구구조와 노동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급여를 자동 조정하는 '지속가능성 요소'를 국민연금제도에 도입하였으며, 2007년에는 연금수급 시작 연령을 68세로 조정하는 제도개혁을 단행하였다. 기대여명의 증가, 출산율 감소, 미래의 젊은 근로자 부족, 전문인력확보, 생산경쟁력 유지, 고령근로자 경험과 지식 활용 등의 이유로 2012년부터 시작해서 2030년까지 연금개시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는 연금수급연령조정법(2007)이 제정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2006년)은 공적연금체제의 정액부분(1층부분,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2001년부터 2012년까지 60세에서 65세로 급여 개시 연령을 상향하였고, 소득비례부분(2층부분, 후생연금보험)에 대해서는 2013년부터 시작하여 2025년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동시에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하여 연금개시연령 인상에 맞추어 65세까지 강제퇴직에서 보호될 수 있는 단계적 조치를 취하였다. 원래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60세 정년제도였는데, 법 개정을 통하여 첫째 65세 정년으로 바꾸거나, 둘째 정년 규정을 폐지하거나, 셋째 희망자 전원을 대상으로 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거나 세 가지 중의 하나는 반드시 시행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시기인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리라 예상되는 캐나다의 경우 일본이나 독일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연금제도의 장기적 재정 안정화와 노인 빈곤 예방의 적절성을 위한 제도개혁을 진행해왔다. 캐나다의 공적연금체제는 0층의 보충연금(공공부조), 1층의 기초연금(사회수당), 2층의 캐나다연금보험(사회보험)의 3층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보충연금은 노인인구의 약 37%가 포괄되며(빈곤노인), 기초연금은 캐나다에 일정 기간 거주한 경력이 있는 모든 노인에 대해 급여 자격이 인정된다. 두 제도는 일반조세를 재원으로 한다. 캐나다연금보험은 우리나라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는 사회보험방식의 제도이고 전체 노인의 약 90%를 포괄한다. 세 제도가 중층적으로 작동하여 노인빈곤을 예방하는 구조이다. 최근에 캐나다는 기초연금과 보충연금의 급여개시 연령을 67세로 연장하였고, 연금보험제도는 65세 연령을 유지하되 보험료와 급여수준을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2012년 법개정을 통해 연금수급연령을 2023년부터 인상하여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67세까지 상향조정 하였다. 연금보험제도는 2016년에 개정하였는데, 보험료율을 9.9%에서 매년 0.3%씩 인상하여 11.9%로 인상하고(2019년 시작 2023년까지) 소득대체율은 25%에서 33.3%로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이었다. 각국의 제도개혁 내용은 각국이 처한 제도환경에 따라 상이하지만,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거나 적응하기 위한 제도적 변혁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기초연금의 재정부담이 크고 연금보험의 급여 수준이 낮은 캐나다의 경우 기초연금 급여 개시 연령을 늦추는 대신 연금보험의 급여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적 조정이 이루어졌고,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이 높고(18% 이상) 노령연금 급여 수준이 높아서 노인빈곤율이 10% 수준으로 안정된 독일의 경우 보험료상승을 억제하고 급여 개시 연령을 연장함으로서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방향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빈곤율은 높은 반면 보험료율과 급여 수준이 낮은 상태이므로 보험료율과 급여 수준을 높이는 방향의 개혁이 필요하다. 동시에 수명의 연장과 건강한 노인의 증가, 젊은 생산가능인구(15세~65세)의 감소를 고려하여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고령자를 보호하거나 장려하고 촉진하는 정책적 고려 또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60세 정년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에 의한 노령연금 급여 개시 연령은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증가하여 2034년에는 65세가 되어야 연금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퇴직 후 4~5년을 공적연금의 대책이 없는 소득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다. 수명의 연장과 건강한 노인의 증가에 따라 65세 노인 개념이 정상적이고 또 그에 따라 연금 급여 시작 연령이 연장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제도적 적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동시에 '정년 연령'도 연장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일본의 사례는 그러한 대응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는 60세 정년제도에 대해 아무런 논의가 없다. 더 나아가 '정년'이라는 개념이 필요한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중적인 여론의 움직임도 없다. 독일, 캐나다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년 연령을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흔치 않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공적연금제도에서 급여가 개시되는 시점을 정년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연령에 의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령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있고, 나이를 사유로 해고되지 않도록 노동시장에서 보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65세인 사회에서 60세에 도달하면 다니던 회사를 당연히 퇴직해야 한다는 규정의 정당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정년제도가 연령차별이 아닌지,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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