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청소년의 물건은 이토록 쉽게 압수의 대상이 되는가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휴대전화 소지 자체는 가능하되 ‘수업 시간에 사용하면 압수’하는 규칙을 갖고 있었다. 하루는 쉬는 시간에 전화 통화를 하다가 다음 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종소리가 들리자 나는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끈 채로 가방 속에 집어넣었는데 그 장면을 종소리와 동시에 수업을 하러 교실로 들어온 교사가 발견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자신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내가 “죄송합니다. 바로 껐어요.”라고 대답했지만 교사는 “내가 봤으니까 안 돼. 이리 내놔.”라고 하며 결국 압수당했다. 나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휴대전화를 껐으므로 수업 시간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교사의 생각은 달랐다. “제가 수업시간에 전화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압수하나요?”라는 질문에 “선생님이 봤을 때 너는 전화기를 들고 있었어. 그게 수업 시간에 사용한 거지.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도 많은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휴대전화 사용 금지’ 또는 ‘등교 시 일괄 수거하여 학교에서는 소지 자체를 금지’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는 규칙은 왜 있는 걸까? 더 정확하게 묻자면 학교는 왜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규제하는 걸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학생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는 수업 중에 전화기에서 소리가 울려서 조용한 분위기를 깨뜨리거나 ‘딴짓’을 하느라 수업 내용에 집중하지 않는 행위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를 금지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지금과 같은 ‘휴대전화 소지 금지 및 일괄 수거’를 하는 게 정말 바람직한 일일까? 활동을 하다 보면 인권에 관한 주제로 강의를 진행할 일이 종종 있다. 그것도 일종의 수업 시간인 셈인데, 수업 참여자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특히 비청소년들의 경우 강의 중간에 전화가 오면 밖에 나가서 통화를 하다가 들어오기도 한다. 사실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모든 사람들은 일을 하다가 중간중간 ‘딴짓’을 하고, 수업에 참여하면서도 그날의 컨디션이나 상태에 따라 집중을 더 하기도 하고 덜 하기도 한다. 다른 사례도 떠올려 보자. 면접을 보는 현장에서 심사를 하는 사람이 면접에 참여한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면 어떨까? 또는 극장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린다면? 면접관이 왜 집중하지 않는지 궁금해하거나, 또 참여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뭔가 실수했나 싶어 불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많은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휴대전화 때문에 분위기가 깨지는 상황에 화가 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러니까 저 사람의 휴대전화를 압수해야 한다거나, 극장 등에서 입장 시 휴대전화를 모두 수거하고 소지하지 못하게 하자는 주장을 할 수는 없을 테다. 만약 내가 수업 시간에 조용한 분위기가 유지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교육 참여자들의 휴대전화를 걷어가겠다고 하면 어떨까? 혹은 강의 중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휴대전화를 압수한다면? 아니면 한 사람이라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이 보이면 그날 교육 참여자 모두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겠다고 한다면? 일단 참여자 모두의 합의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설령 모두가 그렇게 하자고 동의하더라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업 분위기’를 이유로 교육자가 참여자 개인의 사적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고 단속하는 행태에 대해 문제제기와 함께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불합리하고 무례한 행위가 어째서 학생들을 상대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가?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괘씸해하는 학교
대다수의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많은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등교 시 소지하지 않거나, 등교와 동시에 수거해 놓았다가 하교 시 돌려주는 방법 중 한 가지를 택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혹은 수업 시간에만 금지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규칙을 어기면 며칠, 1주일, 1개월씩 압수한다는 사례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서울을 포함하여 몇몇 지역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에는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교는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휴대전화를 규제한다고 하지만 휴대전화 사용에 관해 내가 경험했던 규칙은 사실상 ‘교사의 눈에 띄면 압수’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자체를 학교에서 규칙으로 금지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학생을 통제할 대상으로 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휴대전화 사용 문제를 정말 교육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면 압수하는 방식으로 금지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생활하면서 생기는 상황에 대해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로 인식하며, 어떤 상황에서 사용을 자제하고 어떻게 주의할 것인지를 의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과정 또한 일종의 교육활동이라 할 수 있을 텐데, 휴대전화를 ‘교육을 방해하는 것’으로만 보는 게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편, 휴대전화가 수업에 방해되고 강제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인식은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사람’이나 ‘딴짓’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각자도생의 압박은 때로 타인의 존재 자체를 스트레스로 느끼게 한다. 불안하고 초조한 상황에서 사람은 여유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여유 없는 일상이 반복되는데 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생길 리 없다. 사회가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어야지만 인정받는 사회에서 살아남아 성공하려면 시험공부 말고 다른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방해가 될 뿐이다. 이런 사회 전반의 분위기 속에서 ‘딴짓’과 ‘떠드는 소리’는 손쉽게 차단시키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한 차별과 배제의 논리가 힘을 얻는다. 마치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정동과 비슷한 것이다.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해야 하고 더 나아가 통제를 벗어나면 금지하고 함부로 빼앗아도 된다는 인식 속에 어떤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지, 학생들이 이러한 강제적인 규칙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길 기대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는 압수의 대상이 아니다. 특히나 사적인 정보가 많이 담겨 있고 소통과 생활의 필수품이 되는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것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학생의 경우에는 너무 자주 이런 신중함의 예외가 된다. 어떤 물건이 공공에게 명백히 위협이 되거나 남을 해치기 위한 무기가 아닌 이상 우리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빼앗거나 통제할 수 없다. 이런 원칙이 당연해지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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