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기후위기 시대에 수탁자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넷제로(Net-Zero)를 선언하고 투자 등 금융활동으로 발생시킨 탄소배출량인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s)을 감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20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전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은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 감축을 핵심으로 한 2050년 이내 넷제로를 선언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1.5도 기후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세계 3위 규모의 국민연금은 이러한 활동을 한 번도 검토조차 한 바 없다"고 비판하며 "2023년에는 최소한 넷제로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연금의 넷제로 선언과 이를 위한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 감축인, 이른바 금융배출량 산정과 감축 요구는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전 세계 금융기관들은 넷제로 자산소유자 연합(Net-Zero Asset Owner Alliance), 넷제로 자산운용자 연합(Net-Zero Asset Management Alliance), 넷제로 은행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 넷제로 보험연합(Net-Zero Insurance Alliance) 금융 분야별 공동 연합체를 발족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수탁자 책임을 다하기 위한 1.5도 기후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엔은 이러한 넷제로 금융연합의 1.5도 기후행동을 더욱 대규모로 하기 위하여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넷제로 연합체들의 연합체인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동맹'(GFANZ : 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를 발족하기도 했다.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동맹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수는 현재 492개로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규모는 150조 달러에 육박한다. 이 넷제로 연합체에는 국민연금이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인 캘퍼스(CalPERS)도 참여하고 있다. 네덜란드 연기금을 운용하는 APG나 세계 2위 규모의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이 연합체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으나, 1.5도 넷제로 선언을 하고 금융배출량 감축목표와 활동계획 등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하여 공개하고 있다. 넷제로 연합의 핵심은 바로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와 연계하여 금융기관들이 투자, 대출, 보험 등 금융 비즈니스 활동으로 배출하는 간접배출량인 금융배출량을 순제로 배출인 0으로 만드는데 있다. 즉 석탄 등 화석연료 기반의 고탄소 기업이나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각종 프로젝트 투자를 단계적으로 축소 또는 철회하고 동시에 저탄소 기업과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 등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금융배출량을 줄여나가는 방식이 사용된다. 또 고탄소 기업에 대해서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관여활동(engagement)도 수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민간 금융기관인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등이 넷제로 금융연합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두 회사는 실제로 2050년 이내 넷제로를 선언했고, 이를 위하여 금융배출량을 산정하고 감축목표(중간목표+최종목표)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금융배출량 감축은 하지 않고 전기사용 등 조직 내에서의 배출량만 줄이는 활동만 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홍보한다면, 이는 명백한 그린워싱(green washing), ESG 워싱(ESG Washing)에 해당된다. 한정애 의원은 "국민연금은 지난해 탈석탄 선언을 해놓고도 아직까지 탈석탄 기준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탈석탄 기준도 사실 1.5도에 부합하는 넷제로 선언과 금융배출량 감축이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를 보면 엄청난 양의 금융배출량이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산정하고 적극 감축하는 활동을 통하여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등 수탁자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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