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서서히 건설업계 돈맥 경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시장에 부도설이 횡행하면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자칫 레고랜드 사태가 부동산 PF 부실→건설사 연쇄 부도→파생상품 위기→금융업체 위기→가계부채 부실화로 이어지는 난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4일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채권 발행 시장 마비가 서서히 지역 건설업계 돈줄을 옥죄고 있다. 채권 시장을 향한 신뢰가 사라지면서 건설사 회사채나 기업어음(CP) 투자 성향이 실종됐고, 그에 따라 어음 만기가 다가와도 이를 롤오버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충남의 시공능력 6위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이 지난달 말 납부 기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유예기간이 이달 말까지지만, 현재도 상환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급박하면 금융회사를 통해 신규 대출을 내 급한 불을 끄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나, 레고랜드 발 공포로 인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이 마비되자 금융권의 대출 루트가 사실상 사라졌다. 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지자 대형 계열사를 낀 건설사들은 계열사에게 돈을 빌리면서 유동성을 유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과 5000억 원 규모의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건설이 자사 대주주인 롯데케미칼로부터 6.39%의 이율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계약 내용이다. 앞서 롯데건설은 해당 계약 체결 전날인 지난 19일에는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채권시장 대신 증시와 계열사 대출로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롯데건설이 이처럼 자금 확보에 나선 배경으로 현재 이 회사가 수주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 등 재건축 사업 유지 목적이 꼽힌다.
문제는 시장이 신뢰를 잃으면서 이처럼 기업들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두고 부도 루머가 함께 퍼지는 데 있다. 레고랜드 발 사태가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현재 시장의 공포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날(24일) 발간한 건설동향보고서에서 "2013년 말 35조2000억 원이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 원으로 급증했다"며 최근 상황을 두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했던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취급이 크게 증가"한 결과 "개발사업 여건이 급속히 악화하자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PF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취급 금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할뿐만 아니라 "부동산 PF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과 채무보증 등 파생금융상품의 동반 부실이 초래돼 자본시장 전반에 적잖은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한국 경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주도한 기준금리 인상 압력과 원자재값 상승 영향, 시장의 유동성 흡수에 따른 분양시장 냉각 등 여러 외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미 한계상황에 도달한 가계부채 문제"라는 폭탄을 안고 있는 만큼 "부동산 PF 대출 부실은 그에 따른 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과 가계부채 문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김 연구위원은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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