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기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했지만, 외교부는 오히려 이를 활용해 기후 위기로 인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태평양 도서국가들과 부산에서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며 국제사회의 중견국가로서 책임을 다하는 한편 부산 엑스포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6일 외교부는 이날 오전 부산에서 태평양도서국 12개국의 총리, 외교장·차관 및 대표들, 태평양도서국포럼(Pacific Islands Forum) 사무총장과 한자리에 모여‘제5차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 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국 정부의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및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설명했으며, 태평양도서국측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평가하고 기후 재원 접근성 제고를 위한 협력 확대를 희망하였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가한 12개 태평양도서국은 나우루, 니우에, 마셜제도, 마이크로네시아, 바누아투, 솔로몬제도, 쿡제도, 통가, 투발루, 파푸아뉴기니, 팔라우, 피지 등이며 한국은 이들과 지난 2011년부터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특히 기후 변화가 급속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회복력 있는 푸른 태평양을 위한 비전 : 자유, 평화, 번영” (Vision for the Resilient Blue Pacific : freedom, peace and prosperity)이라는 주제로 개최됐으며 박 장관은 태평양 지역의 장기 개발 전략인 '2050 푸른태평양대륙전략'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동 전략의 중점 분야에 부응하는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이 전략은 태평양 도서국과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자치령 2개로 구성된 태평양 지역 주요 협의체인 '태평양도서국포럼(Pacific Islands Forum, PIF)'에서 채택됐으며 한국은 해당 포럼에 기후변화 및 해양오염 대응 등을 위해 2022년 현재 연 단위로 15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2008년 이후 지금까지 1240만 달러를 기여했다. 이렇듯 한국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태평양도서국과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며 국제사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당시 설정했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임 정부가 했던 일이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일단 부정하고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외교부는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이들 국가와의 회담을 부산에서 열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금번 외교장관회의 개최지인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태평양도서국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의 온실가스 감축 비판 발언이 태평양도서국의 반감을 산다면 부산 엑스포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후 위기로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 엑스포 유치는 여당과 부산시뿐만 아니라 정부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취약 요인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정제된 언행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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