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인근에 즉시 투입 가능한 경찰 기동대가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시위 때문에 병력이 분산됐다'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과는 배치되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라 이 장관 책임론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실이 3일 경찰청으로부터 확보한 '10월 29일 경력운용 계획'에 따르면, 참사 당일이었던 지난달 29일 밤 서울청 소속 기동대 1개 부대가 녹사평역과 삼각지역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음에도 참사 현장에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동대는 집회와 시위에 대비해 배치되는 경찰 인력으로, 기동대 1개 부대 당 병력은 약 60~70명이다. 이날 용산 지역에는 참사 전인 오후 6시~8시 경기도 소속 3개 기동대가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 대응을 했으며, 대통령실 앞 집회가 끝난 8시 이후에는 서울청 소속 기동대 야간 대기조 1개 부대가 대기했다. 이형석 의원실이 경찰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용산 지역 기동대 대기 위치는 녹사평역과 삼각지 역 사이로, 참사 현장 인근이다. 해당 기동대는 대기만 하다 결국 참사가 벌어지고 난 뒤에야 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가 하면 참사 당일 별다른 집회나 시위가 예고돼 있지 않았던 서울 서초 지역에도 2개 기동대가 익일(지난달 30일) 오전 8시까지 대기 배치돼있던 사실도 드러났다. 서초구에는 윤 대통령 사저가 위치해 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참사가 커진 배경에 대해 "잘 아시다시피 서울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 병력들이 좀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확인된 바에 따르면 당시 '병력 부족'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일선에선 참사가 벌어지기 전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으나, 이러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경찰 내부에서 소통에 혼선이 빚어졌거나 윗선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익명으로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태원파출소 소속 경찰관은 '사람들에 대한 관리가 있어야 된다라는 판단을 안 한 건 누구 선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저희는 (기동대 투입) 신청을 했다, 요청을 했다"면서 "예측을 하고 요청을 했으니까 안 한 것은 그 위 아닐까"라고 했다. 이형석 의원은 "참사 현장 인근에 대기 중인 기동대가 있었음에도 지휘체계 문제 속에서 적시 투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행안부 장관은 경찰 병력이 부족했다고 변명하기 급급했다"면서 "향후 상임위와 국정조사 등을 통해 면밀하게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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