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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줄이고 시장 동원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혁신, '안전 사회' 보장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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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줄이고 시장 동원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혁신, '안전 사회' 보장 못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람 값' 아끼는 사회
기술변화가 사람의 일을 대체하고 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제기되지만, 여전히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사람의 역할은 중요하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며 많은 사람들의 삶의 반경이 축소될 때 새삼 부각된 '필수노동자'라는 이름은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의 경제와 사회가 멈춰버린 그 순간에도 물리적으로 노동의 현장에 나타나야 하는 사람들이 필수노동자다. 이는 우리 사회가 움직이는데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사실 기술변화 그 자체 역시 결국은 사람의 지식에서부터 출발한 창의성과 혁신의 결과라는 점에서 사람의 손에 기대어 있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중요한 까닭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공공·사회서비스

특히 공공·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사람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이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일들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시대의 필수노동자를 대표하는 이들은 보건의료 인력이었다. 이들은 감염병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사회구성원을 진단하고, 치료하고, 돌보고, 예방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한 사회의 과거와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노인과 아동에 대한 돌봄 역시 사람의 손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육교사와 요양보호사로 대표되는 이들 역시 보건의료 인력 못지않게 중요한 필수노동자들이다. 우리의 후세대를 교육하거나 혹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할 성인들을 재교육하는 일도 사람의 손을 탄다. 온라인 비대면 교육이 발전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순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실제로 비대면 교육에 관한 많은 연구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블랜디드 러닝의 효과성을 보고하고 있지만, 비대면 콘텐츠가 온전히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수는 있다는 의견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상담, 실업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고용서비스, 신체적·정신적 피해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재활,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참여 지원 등 우리의 삶의 질과 사회적 관계를 위한 수많은 서비스의 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의 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모든 영역에서 인력의 부족을 겪고 있다. 교육과 돌봄, 보건의료와 사회서비스 영역 대부분에서 서비스 제공 인력은 사회적 필요에 비해 부족하다. 그나마 있는 인력 역시 민간에 맡겨져 시장화 된 서비스 제공 환경에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사회와 사람들을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람의 손길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부족한 형편이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2차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 부족과 안전

또 다시 우리 사회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안전 역시 사람의 눈과 손이 기반이 되는 영역이다. 이태원 참사에서 부각된 경찰력 부족의 문제가 그 비극적인 사례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현장을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공공서비스 인력의 눈과 손이 있었다면 참사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 안전 문제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사람 부족은 이미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다. 얼마 전 신당역에서 순찰 중이던 역무원이 살해당한 사건은 '스토킹 범죄'라는 타이틀로 관심을 모았지만, 역무원 인력 부족으로 2인 1조 순찰을 하지 못한 것이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 중 하나였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 역시 안전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인력이 투입됐다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 최근 일어난 SPC 산재 사고를 비롯한 수많은 산재 역시 매번 인력 부족 속에서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인력이 충분히 투입되지 않았거나, 혹은 과도한 노동시간과 야근·특근에 시달리는 작업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다. 안전은 다른 무엇보다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인간의 필요다. 따라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사람을 확보하는 것 역시 한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공공부문에서나 민간부문에서나 그 기본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력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한다. 그 결과 수시로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정원 감축

우리 사회에 필수적인 서비스의 공급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안전한 일터를 위해서도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외치고 있는 '공공부문 혁신'의 방향은 반대로 치닫고 있다. 공공부문 혁신을 위한 방안으로 윤 정부가 제시한 것은 공공기관의 정원을 감축하고, 민간에서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공공이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요컨대 인력감축과 공공서비스 민영화의 방향이다. 물론 비효율적이고 낭비가 있어서 개혁이 필요한 공공기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혁의 방향이 사람을 더 줄이고 시장을 더 동원하겠다는 것이라는 점은 사람 부족에 대한 우려를 더하게 한다. 과연 지금보다 더 적은 인력과 더 적은 공공의 역할로 지금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필수 서비스 제공과 안전한 사회를 보장할 수 있을까? 민간화와 시장화의 진행이 갑자기 공적 성격의 서비스를 더 잘 제공하고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가게 될까?

'사람 값' 아끼는 사회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사람을 충분히 고용해서 안전하게 일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낭비로 여겨왔다. 적은 사람을 채용할 뿐 아니라 채용된 사람에 대한 대우에 있어서도 그렇다. 사회의 한쪽에서는 필수적인 일을 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안전마저 도외시되는데 사회의 다른 쪽에서는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그리고 사람에게 소요되는 돈을 낭비로 보고 '사람 값'을 아끼는 사회에서 사람의 '목숨 값'마저 하찮게 취급받고 있다. 하지만 질문해보자. 정말로 우리가 아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사람인가? 아니면 사람에게 들어가는 돈인가? 수많은 문제를 겪고 난 지금도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한 우리 사회는 안전한 사회도 살기 좋은 사회도 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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