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10개월에 걸친 팬데믹 시기, 서구는 전염병 통제에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중국정부는 강력한 국가동원 시스템으로 시민의 이동과 언론을 차단함으로써 방역률을 높였고, 그 효과에 기대서 더욱 강력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가 수집한 빅데이터에 기초해 시민의 이동경로나 건강기록 등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하는 디지털 건강코드 제도 '지엔캉마(正常碼)'를 도입했으며, 2011년부터 구축된 '격자화관리(網格化菅理)'와 '톈왕(天網)'체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격자화관리'란 주거 단위인 사구(社區)를 격자로 나누고 관리원을 배치해 담당 구역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 감시 및 통제하도록 역할을 부여하는 사회치리(社會净化) 방식을 지칭한다. 이와 결합된 '톈왕'은 대륙 규모의 감시기술 시스템이다. 악한 사람을 잡기 위해 하늘에 쳐놓은 그물을 뜻하는 천라지망(天羅地網)에서 이름을 가져온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 감시카메라를 마치 '하늘의 그물'처럼 구축해 빅데이터 기반 알고리즘 기술로 운영된다. 정보업체 'IHS 마킷'의 보고서는 2021년에 5억 4천만대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될 것이라 예측했는데, 이는 중국 인구 10명당 3.7대에 해당한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설치된 수많은 얼굴 인식 감시카메라가 수집한 데이터는 각 도시 공안국 내 빅데이터센터로 모이며, 실시간으로 도시 전체의 동태를 감시할 수 있다. 감시 시스템은 단순히 공공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작은 골목까지 시야를 넓혔으며, 경찰은 모든 건물과 아파트단지의 데이터 모형을 갖고 있다. 수도나 전류량 정보에 이상이 감지되면 시스템은 곧바로 통제센터에 경보를 알린다. 이러한 통제 시스템에 기반한 '제로코로나 방역(動態淸零/社會面淸零)' 정책은 2021년 8월부터 전면화됐다. 그리고 2022년 3월 1일 상하이에서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한달 만에 하루 확진자가 1만명에 근접하자 도시 봉쇄령이 내려졌고, 인구 2632만명의 초대형 도시이자 중국의 경제 수도에서 이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어 봉쇄는 베이징으로 확대됐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만이 폭증했다. 5월 15일, 베이징대학 완류캠퍼스가 격리벽으로 봉쇄되자 당일 밤 학생 300여명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튿날 학교 당국은 간담회를 열어 다시는 격리벽을 설치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셔틀버스와 기숙사, 급식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학생들의 행동으로 봉쇄 조치가 완화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위는 중국정법대학과 베이징사범대학 등으로 확대됐다. 캠퍼스 시위와 대자보, 항의 퍼포먼스, 온라인 행동 등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임이 이어졌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상당한 숫자의 중국 청년들이 일상에 대한 국가권력의 과도한 통제에 대해 적극적 또는 소극적 저항의지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를 '학생운동의 발흥'으로 섣불리 해석할 순 없다. 캠퍼스 봉쇄에 대한 학생들의 저항이 관료주의적 조치에 대한 불만을 넘어 정치적인 요구로까지 나아가진 못했기 때문이다.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불만은 학생들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10월 13일 아이폰을 생산하는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는 통제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공장에서 이탈하는 일이 발생했다. 공장 측은 코로나가 확산되자 공장을 봉쇄하고 기숙사와 작업장만 오갈 수 있도록 제한했으며, 심지어 바이러스 차단을 명목으로 매우 부실한 식사가 제공됐다.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밤에는 자고 낮에는 일하는 것뿐이었다. 공장 내에서 감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것은 불가피했다. 결국 숫자를 가늠할 수 없는 많은 노동자들이 공장 담을 넘어 고향으로 탈주했다. 폐쇄식 관리하에 있던 적지 않은 사구에서 담장을 무너뜨리고 방역체계를 거부하는 행동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등 시민들은 '무턱대고 막고 닫고 정지시키는(1封了之, 一關了之, 一停了之)' 당국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신용시장을 떠받치고 있던 부동산 버블이 지난해 헝다그룹 부도와 함께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건설 도중 멈춰버린 도시 곳곳의 텅 빈 아파트들은 이 사태의 사소한 징후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가령 지난 4월 허난성 소재 마을은행 네곳은 "시스템 유지 보수"라는 공지를 내걸고 예금 인출을 막았다. 농민과 자영업자들의 쌈짓돈을 기반으로 한 마을은행들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을 우려해 강제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여름 내내 정저우 소재 인민은행과 주요 기관 앞에서는 수천명 규모의 시위가 여러차례 벌어졌는데, 시민들은 "정부 부패와 폭력에 반대한다" "탄압 반대, 인권과 법치를 요구한다" "40만명의 중국몽이 허난성에서 무너졌다"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진압을 시도하는 경찰들을 향해 "흑사회(黑社會, 중국에서 범죄조직을 통칭하는 말)!"라고 규탄했다. 지난 10월 16일 IMF 금융안정보고서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45%가 채무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20%는 파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3연임이 확정될 즈음, 베이징 한복판에서 인상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인민대학 인근 고가도로 위에 "봉쇄와 통제가 아닌, 자유를 원한다!" "노예가 아니라, 공민이 되자"와 같은 현수막이 게시되고 구호가 울려 퍼진 것이다. 동시에 인터넷에서는 "수업거부! 파업! 시진핑 퇴진!"을 호소하는 글이 유포됐고 이에 힘입어 익명의 시위들이 이어졌다. 위와 유사한 메시지를 가진 낙서들이 주로 공공기관의 화장실에서 계속 발견됐는데 사람들은 이를 '화장실 혁명(新廁所新民主主义)'이라고 불렀다. 이제는 중국정부도 더는 제로코로나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재정 위기, 매우 높은 청년실업률 등의 문제를 풀기 위해선 우선 경기 둔화부터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데 11월 11일, 중국 정부가 완화된 방역지침을 발표하자 불행히도 코로나19가 재확산되기 시작했다. 정부로서는 당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이런 혼돈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의 핵심은 극심한 불평등이 공존하고 사회적 안전망이 불비한 상태에서 위기가 '저단인구(中低端全国人口, 저소득층)'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위기뿐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위기 역시 유발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국가권력은 앞으로의 시진핑체제 5년에도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짓누르는 억압을 유지할 것이고, 이에 맞선 '라오바이싱(老广大群众, 민중)'의 저항 혹은 탈주 역시 계속될 것이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인 망명 신청자는 11만 8476명으로, 시진핑체제 이전에 비해 10배 증가한 것으로 기록됐다. 최근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혐중'이나 3차 세계대전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이고 암울한 반응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주문(呪文)처럼 불행을 반복해 읊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이는 비단 시장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국사회의 변화는 아시아와 세계로 연결되고 그것은 우리 삶과도 무관할 수 없다. 중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는 바이든도, 시진핑도 아니다. 중국의 이름 없는 인민들이다. 우리는 억압받으면서도 저항하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환대해야 한다. 빈발하는 무명(無名)의 저항에 서사가 생기고 모종의 지향을 호명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나 노동권을 향한 우리의 목소리와 중국 인민들의 저항이 같은 곳을 향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중국 인민의 저항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만남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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