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최대 92시간' 우려에 11시간 연속휴식 부여했지만...
현재 법정노동시간은 1주 40시간이다. 여기에 연장노동시간은 1주에 12시간까지 가능하다. 즉, 연장노동시간을 포함해도 주 52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노동개혁을 통해 연장노동시간의 관리 단위를 1주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면 주 노동시간을 52시간보다 늘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현행 주 1주 연장노동시간은 12시간이지만, 이를 월 단위로 확대하게 될 경우. 1주에 가능한 연장노동시간(12시간)에 평균 주수인 4.345주를 곱하면 월에 연장 가능한 노동시간은 52시간이 된다. 다만, 노동시간 단위를 월 단위로 확대했기 때문에 이 52시간은 한 주에 몰아 쓸 수도 있게 된다.이 때문에 1주 법정노동시간인 40시간에 월 연장노동시간 52시간을 한 주에 몰아쓸 경우 한 주 최대 92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 발표 초기 이같은 우려와 논란이 계속되자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권고안에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노동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등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강제할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만약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대로 11시간 연속 휴식을 부여한다고 하면 주 최대 근무시간은 92시간이 아닌 '69시간'이라는 게 고용부와 연구회의 설명이다. 근로기준법은 일주일에 하루 이상의 휴일을 반드시 보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번 정부 노동개혁의 전제조건은 권고문에 적힌 대로 "노사 당사자의 이해관계는 '자율'의 힘으로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장노동시간의 관리단위를 월 단위로 확대하더라도, 근로자 대표 혹은 개별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 실시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근로자 대표 제도를 정착할 방안이 병행되지 않는 데다, 노조 조직률이 14.2%에 불과한 한국에서 다수 사업장의 경우 노동시간 관리는 사용자의 작업지시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는 현실을 간과한 권고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양대 노총 "사용자 지시 거절할 수 없는 현실에서 노동시간 '자율'선택권 확대가 무슨 의미인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에 강한 반발을 보였다. 특히 노동시간과 관련해 "사용자의 노동시간 활용 재량권을 넓혀 집중적 장시간노동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재벌과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노동 개악"이라며 "안 그래도 사용자 편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진 한국의 현실에서 이번 권고문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으로 추진, 실현되면 그 기울기는 이제 수직에 가깝게 변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노동 시간에 대해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조차 결성하기 힘들고 사용자의 재량에 의해서 노동시간이 강제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선택', '자율'이란 말 자체가 허황되다"며 "건강권 보장방안이라고 내놓은 유일한 것은 11시간 연속최소휴식시간제인데, 보편적 적용이 아니기도 하고 24시간 내 11시간 휴식제가 아니라서 장시간 노동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임금체계 개편안에 대해서도 "성별 차이, 정규직 비정규직의 차이, 원청 하청의 차이 구분 없이 노동자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일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힐난했다. 이어 "연공급이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현장의 많은 젊은이들 안에서 나오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연공급의 불공정이 아니"라며 "비정규직으로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임금이 똑같다. 이는 직무급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임금을 적게주는 저임금 체계를 만들어 가는 사업주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과 금융,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체만 고임금의 연공급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어서 지금의 고용과 임금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노동조합이 있어서 연공급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있어서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나은 임금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특히 한국노총은 "이해당사자인 노동계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정부 입맛에 맞는 학자들을 동원하여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구성 및 운영하여 결론 내는 행태는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않고, 정부가 미리 정해놓은 장시간노동 저임금체계라는 결론에 학자들의 논리를 더해 장식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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