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참사 유족과 시민사회는 "국정조사 정상화"를 재차 촉구하며 향후 국정조사에서 다뤄야 할 과제들을 제안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정조사 과제 제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유가족협의회 최정주 운영위원은 "국정조사만이 신속한 진상규명 위해 할 수 있는 유가족이 기댈 수 있는 조사"라며 "참사 현장과 기억, 증거들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국민의힘 의원들도 속히 복귀해서 국정조사 정상화되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현장 일선의 공무원들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와 달리 국정조사는 예방, 원인, 대응 등 모든 행정,정치적 책임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시민사회는 지적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이번 국정조사가 "'이태원', '2022년 핼러윈' 등 장소와 시간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했고, 이태원은 다른 사례와 무엇이 다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드러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시민대책회의 산하 진상규명 시민참여위원회는 국정조사를 위한 4가지 질문과 유관기관에 대해 조사해야 할 사항을 정리해 발표했다.
시민사회가 꼽은 향후 국정조사 원칙은 △국가는 압사 등의 안전사고에 대비했는가 △참사 당일 접수된 신고를 '심각한 위험'으로 인지하지 않은 원인은 무엇인가 △신속한 구조를 위한 재난대응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했는가 △왜 피해자와 유가족의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는가 등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양성우 변호사는 경찰 위험방지, 서울시 및 행안부의 재난안전관리와 유가족 대상 행정 등 속에서 나타난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국정조사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비대 배치 등 안전사고 대책 미수립과 '공공안녕위험분석' 내용 보고서 삭제 의혹 등이 어디까지 보고되었는지, 112 신고에 따른 출동과 대책 마련은 왜 이루어지지 않았는 지 등에 대한 증거를 국정조사에서 수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지자체의 재난안전대책 수립 및 보고 상황과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에 대한 지시불이행, 재난안전상황실 운영 실태 등이 국정조사에서 확보해야 하는 자료로 언급됐다. 대통령실 국정조사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재혁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현행 재난안전체계상 대통령실, 행안부는 컨트롤 타워 역할"이라며 "재난을 대비하고 예방하는 정책이나 제도를 어떻게 만들고 수행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기관 내 혹은 기관 간 보고체계에 대한 내용과 "대통령실과 행안부 장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등 체계를 다룬 문서를 공개하고, 재난상황 전반에 대한 평가를 국정조사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대응도 조사 필요...이상민 장관 해임 재차 촉구도
참사 이후 유족들에 대한 관계기관의 대응 또한 조사되어야 한다고 제시됐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참사 당일 "시신을 가족에게 안전하고 존엄하게 인도하지 않고 여러 곳으로 분산배치하면서 일단 옮기고 실어나르는 방식"이었으며 참사 이후에도 "국가 애도기간 설정하고 참사를 사고라고 부르게 하고, 희생자를 사망자로 부르게하는 등 사망자의 가족들이나 시민들이 온전한 애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방해"했다며 유족들에 대한 행정기관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에 참사 다음날 이루어진 대통령실 긴급점검회의, 경찰, 서울시, 행안부 지원단, 정부 통합지원센터 각각에서 지원에 대해서 어떤 계획을 수립하였고 어떻게 이행되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진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는 이상민 장관 탄핵 건의안으로 촉발된 여당 위원들의 국정조사 불참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 등 핑계대지 말고 시민 생명과 안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국정조사 참여해야 한다"라며 이 장관에 대해서도 "조사 대상이 될 행안부 장관 자리에 있으면 제대로 된 수사 및 조사가 어렵다"라며 해임을 재차 촉구했다.
野 단독으로 시작된 국정조사…국민의힘은 '기한 연장 없다' 방침
한편 이태원 참사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합의한 조사기한이 20일도 남지 않은 19일이 되어서야 첫 회의가 진행됐다. 국조특위는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현장조사 일정, 기관보고, 청문회 일정 등을 합의했다. 국회 국조특위는 현장조사 2회, 기관보고 2회, 청문회 3회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21일과 23일 진행되는 현장조사에서 국조특위 위원들은 참사 현장과 이태원 파출소, 서울지방경찰청, 용산구청, 행정안전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기관보고는 27일 국무총리실 등 8개 기관, 29일에는 서울시청 등 10개 기관 대상으로 진행된다. 서울지방경찰청과 용산경찰서는 모두 출석하도록 했다. 기관 증인으로는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채택됐다. 청문회는 세 차례 진행하며 증인은 여야가 합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국조특위 우상호 위원장은 "당초 특위는 예산안 처리와 함께 현장조사, 기관 보고, 청문회 등 본격적인 활동이 예정돼 있었지만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사이 특위에 남은 시간도 고작 20일 뿐"이라며 야당 단독 회의 진행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특위가 하루빨리 정상 가동해 참사를 규명하는 것이 세상을 떠난 159명의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국회가 할 수 있는 책임" 국민의힘 위원들의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여당은 '예산안 합의'가 먼저라며 국조특위 불참을 지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해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예산이 통과된 이후에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예산이 통과되지도 않은 채로 오늘부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정조사 일정을 하겠다고 한다"라며 "일방적으로 민주당이 국정조사 특위를 운영을 한다면, 그 이후에는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이야기는 절대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기간은 45일로,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으나 주 원내대표는 연장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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