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했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회의감이 커지는 가운데, 급기야 중국 정부는 지난 12월 25일부터 관련 통계를 더 이상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이 코로나19에 대해 보다 자세한 통계 정보를 제공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 동안 중국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통계의 집계 방식이 다른 국가들의 집계 방식과 달라 중국의 감염 현황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중국 내 각 지방정부가 발표한 수십만 또는 수백만의 신규 확진자 숫자와 중앙에서 발표하는 수천 명 대의 격차는 중국 통계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왔다. 이러한 비판 속에서 중국의 국가위생건강위원회(全国卫生学稳定常务理事会)는 코로나19 확진자 실태에 관한 주요 통계를 공식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후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全国重大疾病防冶调控管理中心)의 홈페이지에서만 관련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 게시된 내용은 여전히 낮아서, 실제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와의 괴리를 여전히 보여준다. 사실 중국 통계의 신뢰성은 마오쩌둥 시기 이후 여러모로 논란이 됐다. 대약진 시기 곡물 생산량에 대한 통계 왜곡은 결정적 실책이었다. 당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질책을 우려해 실패한 농산물 수확량을 중앙정부에 과장해서 보고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아사하는 결과를 낳았다. 개혁개방 시기에도 각종 경제·사회 지표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인구 통계 예를 들자면 한 자녀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한 1970년대 말부터 오류가 두드러졌다. 이는 중국 당국의 집계에서의 실수가 아니라 사회의 고의적인 신고 누락이 원인이었다. 인천대 안치영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1990년과 2000년 인구 통계에서 영유아들의 인구가 갑작스럽게 증가하였다. 1982년 출생아와 8년 뒤 1990년 8살 유아의 숫자를 비교해보면 약 300만 명의 차이가 있었다. 1990년 출생아는 10년 뒤인 2000년에 약 1300만 명 증가했다. 이는 이 시기 중국 정부가 시행한 한 자녀 정책 때문이다. 한 자녀 정책 하에서, 한 가정에 한 명 이상의 자녀를 출생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따라서 두 명 이상의 자녀가 태어났을 때 부모가 고의로 이들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 자녀가 학령기에 이르면 이를 공개했기 때문에 발생한 통계의 불일치였다. 한편 중국의 경제 관련 통계에 대한 불신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리커창 지수'이다. 이는 리커창 총리가 2007년 랴오닝성 당서기로 재직할 때 중국의 GDP를 믿지 않는다며 철도 물동량, 전력 소비량, 은행 대출 증가율 등 3가지 대체 변수로 경제성장률을 추정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중국 통계의 오류 논란을 나타내주는 유명한 일화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 공개는 중국 통계 문제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로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우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중국 내부에서 발표하는 수치들조차 여전히 일관성이 없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발표에 따르면 1월 3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7689명, 사망자는 5명, 누적 확진자는 45만 2517명에 불과하다. 반면 비슷한 시기 중국의 한 매체는 감염률이 80~90%에 이르는 지방에서는 더 이상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왜 통계 발표를 중단해야 했는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확진자와 사망자에 대한 실제 규모가 발표되면 중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칭화대 교수인 다니엘 벨(Daniel A. Bell)이 제시한 것처럼 어질고(賢) 유능(能)하다는 현능주의(賢能主義)에서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찾고 있다. 그러나 공식 통계의 발표는 중국의 암울한 실상을 드러낼 수 있다. 시진핑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은 지난 3년간 강력한 봉쇄정책부터 최근 경제 회복 목표와 백지 시위에 반응한 봉쇄 완화 결정까지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원천이 됐다. 그러나 당국은 봉쇄를 완화하면서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미국 미시건주립대 메리 갤러거(Mary Gallagher)교수가 말한 것처럼 봉쇄기간동안 중국 관리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해 대안적 정책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는데, 그 시기 어떤 정책 대안도 시진핑 주석에게 정치적으로 불충실하게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개최된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상하이를 집중적으로 봉쇄했던 리창 (李强)당서기가 차기 총리로 물망에 오르는 것을 지켜봤던 대부분의 지방 지도자들은 중앙의 정책 변화가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봉쇄정책만을 고수했었다. 따라서 지난 3년간 고강도 봉쇄로 시간을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약자를 위한 광범위한 예방 접종이나 충분한 의료 시설의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록 많은 중국인들이 봉쇄 완화를 요구했지만, 이렇게 많은 규모의 확진자와 사망자의 통계를 마주하고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본다면, 오랜 기간 견뎌온 그들의 노력에 비해 정부의 준비 부족과 역할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통계를 공개하는 것은 대중의 불만을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관련된 공식 통계는 일반적 통계가 아닌 역학 자료이다. 일반적으로 통계와 관련한 정부의 신뢰와 투명성 문제는 사회 전체의 비용과 효율성 측면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정부가 공개하는 정보가 모두 중요하겠지만, 특히 역학 정보의 가치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관련 정보를 모르는 것만으로도 공포가 증폭될 수 있다. 시민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코로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음으로써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토론토대학의 르넷 옹(Lynette Ong)교수가 언급했듯이, 통계 정보는 제한된 자원을 할당하면서 개인이 병원에 갈 것인지 자가 격리하면서 치료를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정확한 역학 정보는 시민들의 경제활동을 포함한 외부활동을 계획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 대한 명시적인 통계를 발표하는 대신 관영매체를 통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경시하는 선전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통계는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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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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