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 '윤심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과 만난 뒤 "많은 인식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며 "국정 운영 성공과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당대회를 앞두고 그간 대립해온 김 의원의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의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최근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열세를 보였던 김 의원은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 됐다. 나 전 의원은 7일 서울 중구의 한 한식당에서 김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이에 앞서 "지금 당의 모습이 분열의 전당대회로 되어가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다"며 "우리가 참 어렵게 세운 정권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윤석열 정권의 성공적인 국정운영과 총선 승리 아닌가. 그 앞에 어떤 사심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도 "20년 세월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보수 우파 정당의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보수 우파의 가치를 더 잘 실현해서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 더 부강한 나라를 만들도록 나 대표와 더 많은 의견을 나누고 자문 구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에게 보이는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3일과 5일에도 각각 서울과 강릉으로 나 전 의원을 찾아가 직접 만나는 등 구애를 펼쳤다. 안 의원이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빈소에서 한 추모 발언을 문제삼거나, 야당 대표 시절 사드 반대 입장을 밝혔던 것을 비판하는 등의 색깔론적 이념검증 공세와 마찬가지로, 나 전 의원과의 연대 도모 또한 전통적 강성 보수층 결집을 통해 지지율 제고를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김 의원뿐 아니라 아예 친윤계 전체는 '김-나 연대'를 이루기 위해 전날부터 발벗고 나섰다. '윤핵관 중 윤핵관' 장제원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년간 함께했던 나 전 의원에 대해 여러 감정이 얽혀서 마음이 좀 불편했다"며 "함께 손잡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지난달 중순부터 나 전 의원을 겨냥해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라",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 "반윤의 우두머리", "공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라고 여러 번 맹비난을 가했던 장본인이다. 나 전 의원을 비판한 초선의원 50명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의원들 중 8명도 전날 나 전 의원을 찾아가 만났다. 박성민·이용 의원 등이었다. 만남 뒤 박 의원은 기자들에게 "나 전 원내대표가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고 두문불출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나 대표에게 힘내시라고 위로의 말씀도 드렸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을 주저앉힌 것이 바로 자신들 친윤계였는데, 여론조사 판세가 김 의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자신들이 앞장서 비판하고 때리던 나 전 의원에게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아 손을 내민 것이다. 당초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까지만 해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특별한 역할을 할 일은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중립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김 의원의 삼고초려와 친윤계 전체가 나선 분위기 조성에 결국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해 윤상현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사람을 타깃으로 '반윤' 딱지 붙이고 사퇴 촉구하고 대통령한테 사과하라고 하는 게 무슨 초선의원들 면모냐. 그런데 그걸 누구를 위해서 그런 거냐?"며 "그걸 막았어야 하는 장본인이 김 의원 아나냐? (그런데) 거기에 올라타고 있다가 지금은 가서 또 도와달라고? 이게 뭔가, 병 주고 약 주고"라고 꼬집기도 했다. 안 의원 측 김영우 선대위원장도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을 그렇게 낙인찍고 나서 찾아가서 '마음을 풀어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연판장에 서명했던 분들은 최소한 좀 입장 표명이 먼저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했다. "집단적으로 이지메(괴롭힘)를 해 놓고 가서 위로하는 거, 뭐가 좀 어색해 보이고 부자연스럽다"고도 했다. 앞서 안 의원도 나 전 의원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안 의원, 지난 5일)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날 나 전 의원이 김 의원과 전격 오찬 회동을 가짐에 따라, 안 의원이 앞서가던 전당대회 구도에 '김-나 연대'라는 최종 변수가 등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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