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악마'가 된 건설노조? 대체 현장에서 무엇을 했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악마'가 된 건설노조? 대체 현장에서 무엇을 했나 '하청의 재하청' 불법이 판치던 건설현장…건설노조 "현장 불법 막아왔다"
윤석열 정부가 '불법집단'으로 규정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최근 전례없는 압수수색을 받았다. 여기에 언론은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에서 강요와 공갈 등 각종 비리 행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반면, 건설노조는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은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열고 "건설자본의 이윤만 따른 건설노조 탄압이 결국은 과도한 공기단축, 부실공사, 산업재해 급증으로 노동자 시민의 안전과 건설산업 정상화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하청의 재하청을 주는 불법하도급 문제로 비롯된 고용불안과 임금지급 불투명, '오야지' 등을 필두로한 불투명한 채용구조 등 건설현장의 열악한 고용현실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설노조가 시공참여제(오야지 시공참여자) 폐지, 무료 취업지원센터 운영, 단체협약에 임금지급 시기 기재 등으로 건설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주제로 민주노총-법률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장옥기 건설 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만 원이던 공사비가 4만 원까지 줄어든 이유... 불법이 판치는 '하청의 재하청'

먼저 건설 노조는 건설현장에서 건설노조가 있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을 짚었다. 흔히 '노가다'라고 불리는 건설현장 노동자의 고용 구조는 매우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다. 이들은 건설사의 이름이 적힌 건물을 세우지만, 건설사 소속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건설현장은 '발주처 → 원청건설사(종합건설업체) → 하청건설사(전문건설업체) → 건설노동자'로 이어지는 구조에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건설공사의 하도급 제한)에 따라 하청업체 이하의 또다른 하도급은 제한되나, 현실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불법하도급이 자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청이 '오야지'라고 불리는 팀 반장에게 또 하청을 주는 식이다.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의 고용불안, 저임금 구조가 무리한 공기단축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6월 광주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의 붕괴사고 현장을 조사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결과를 보면, 당초 책정되었던 해체공사비는 1평(3.3㎡)당 28만 원이었으나, 하도급→불법재하도급을 거치며 당초의 16%인 1평당 4만 원까지 줄어들게 되었다. 하청의 하청을 주는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당초 28만 원이던 공사비가 4만 원까지 줄어들게 된 것이다. 건설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22년 통계청 및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결과, 고용형태는 일용직 고용이 87.4%였으며, 평균 근속기간은 1년 미만이 94.3%, 연 평균 220일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1년 중 약 3개월 실업 및 9개월 고용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이윤재 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현장에서 건설공사가 진행될 때만 한시적으로 일을 하다가 공사가 종료되면 자연해고가 되는 임시 일용, 도급의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밝혔다.

'오야지'를 통한 불법 채용... "최저가 낙찰로 안전과 품질 저하"

건설 노동자의 채용 경로도 공식적인 채용 사이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2022년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간한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 결과 건설노동자들의 구직경로는 인맥(팀장, 반장 등) 67.2%, 직업소개소(유료) 등 9%로, 새벽인력시장 4.8%, 노동조합 등 무료직업소개소 2.4%로 조사되었다. 즉, 대다수의 건설사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등록된 근로자공급사업자로부터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팀반장', '오야지' 등 불법적인 도급업자를 통해 고용을 진행했다. 현행 직업안정법은 근로자공급사업의 주체를 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등록된 유료직업소개소(용역센터)로 제한하고 있다. 이 실장은 "이러한 '오야지', '팀반장' 등을 통한 하도급 관행은 최저가 낙찰을 통한 시공관행으로 안전과 품질을 저하 시키고, 건설현장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유입시키기도 한다"며 "건설사의 노무관리 부재로 건설현장에서 불법 고용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수는 약 200만명으로 50세 이상이 전체의 절반가량(49.6%)을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노동자들의 유입이 느리고 그 자리를 외국 인력들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 외국인 노동자는 10만 2천여명 규모지만, 불법취업비자 체류자 고려 시 실제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주제로 민주노총-법률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노조가 현장의 어떤 변화를 꾀했나

건설노조는 1997년 IMF직후 건설노동자들의 실업문제가 심각해지자 각 지역의 건설노조들이 무료취업알선센터를 운영하며 조합원 뿐만 아니라 비조합원들을 위해서도 고용안정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직경로를 투명화했다"고 강조했다. 직업안정법 제33조(근로자공급사업)에 따라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자의 범위에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 건설노조 산하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를 설치했고, 서울, 성남, 안산, 대전, 여수, 포항 등지 십여 개 지역에서 취업알선센터, 기능학교 등을 운영. 건설기능인들을 건설현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임금지급 방식은 구역을 정해주고 해당 구역을 완공하면 약정된 금액을 오야지에게 전부 지금하고 오야지는 그 금액을 팀원들에게 분배하여 지급했다. 이 때문에 임금지급 권한을 가진 오야지가 생사여탈권을 가지게 되어 임금을 갈취하거나 인권침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노조 활동으로 "건설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에 따라 고정된 일당을 수령함으로써 중간갈취를 방지, 팀장의 욕설이나 비인격적인 처우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차원에서 대응하여 처리"하는 구조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원청-하청-오야지-노동자'로 이어지는 연쇄 속에서 한 단계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임금 체불로 현실화되었던 과거와 달리 건설노조는 "근로계약서를 쓰고 전자카드 등을 통해 고용 계약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임금채권에 대한 우선 변제권이나 소액체당금 제도와 같은 보호조치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업무를 완성해야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 또는 안전을 도외시한 급행 작업이 일반화되고, 전반적으로 노동조건이 하향 평준화되었던 과거와 달리 "업무에 따른 임금 지급이 아니라 일당을 받는 방식이므로, 안전과 품질을 희생하지 않고 시공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밖에도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산재 처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법에 정해진 안전화와 안전모를 지급받게 되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법 집행의 탈을 쓰고 건설노조 없던 과거로 회귀"

건설노조는 "한 마디로 지금 정부의 태도는 법제도와 관행 사이의 모든 회색 영역을 없애고 노조에 가장 엄격한 방식으로 법을 해석하여 그에 어긋나는 것은 노조의 불법행위로 보겠다는 것"이라며 "법 집행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의도와 결론은 건설자본의 오래된 숙원인 건설노조 없던 시절로 회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귀결은 법과 규정은 문서에만 존재할 뿐 규정을 들이밀면 비웃음만 사는 현장, 원청은 하도급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이윤만 가져가는 현장, 하청은 시공능력이 아닌 인건비 후려치기 능력을 경쟁하는 현장"이라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 대신 장시간 노동을 통해 정해진 물량을 쳐내느라 근골이 부서지는 노동자, 결국 펜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알 수 없는 그런 현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건설업계의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영역을 보장해야 한다"며 "단편적인 시야로 고용에 관한 모든 사전 교섭을 불법화하는 대신, 건설업에 특수한 고용체계를 반영한 노조 안정성 협약(union security agreement)을 허용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지역 종교 및 정당과 진보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전 공안탄압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을 13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경찰청 앞에서 열고 있다. 이번에 결성한 위원회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표적 탄압 분쇄 및 건설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전지역 공안탄압대책위원회로, 이들 단체는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장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정부가 건설노조의 고용요구와 단체교섭을 형법상 '강요죄'로 보고있는 것에 대해 "고용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더 많은 채용기회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으로, 조합원들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논리대로라면 단체협약은 노조는 물론이고 사용자측에게도 모두 공갈죄(협박하여 재산상 이득을 얻음)의 기수가 성립해야 한다"며 "사용자측도 교섭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파업에 들어갈 시 손해배상, 가압류를 취할 태세, 노조간부들에 대하여 해고 등 징계를 가할 수 있다는 언급이나 그럴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정부와 막대한 이윤을 가져가는 재벌 대기업 원청건설사가 기능인 양성, 훈련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건설노조가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누구를 위해서, 건설노조 말살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