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대신 인적 쇄신 요구한 민주당 의원들
더미래는 당 안팎에서 대표직 사퇴 요구가 빗발치던 지난 8일 "이재명 대표가 당의 불신 해소와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입장문을 내 사실상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더미래는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당직 쇄신을 통해서라도 당 내 반발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은 요구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인적 쇄신은 당 내 대표 비(非)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이 지난 7일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언급하면서 공론화됐다. 조 의원은 지난 7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대표가 당 대표직을 물러나는 것도) 해법 중의 하나"라며 "최고위원을 포함해 정무직 당직자들, 사무총장이라든가 하는 당직 개편도 방법"라고 밝힌 바 있다. 비명계에서는 당직 개편이 최선의 방안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강성 일변도 기조에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 사퇴 이후 대안이 없다'라는 현실론도 인적 쇄신 방안이 대두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친(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지금 이 대표가 사퇴하면 궐위된 당 대표 잔여 임기가 8개월 이상일 경우여서 당헌상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는데, 지금 수석최고위원(정청래)이 당 대표 후보로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에서는 비명계 내에서도 이와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미래보다 상대적으로 비명 색채가 짙은 의원모임 '민주당의 길'도 현재 이 대표 사퇴 문제에 대해선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후 2주 만에 열린 전날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길 의원들은 이 대표 거취 문제를 포함해 당 내 갈등 수습 방안에 대한 구체적 방법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의원은 비공개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사퇴 여부에 의견을 교환했느냐'는 질문에 "그건 따로 이야기가 없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의 길에서 이 대표 사퇴 문제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요구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다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다만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안 하고 그냥 '졌지만 잘 싸웠다' 이런 분위기로 계속 당이 가는 것에 대해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대선에서 후보의 책임 문제를 제대로 평가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이 문제가 제대로 평가도 안 되고 이렇게 가는 것은 국민이 민주당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대안세력, 신뢰받는 정치 세력으로 보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이 대표를 겨냥한 비판도 내부 토론에서 개진됐다고 전했다. 친명계는 현실론에 기반한 자신감으로 당 대표 퇴진론을 가라앉히려는 분위기다. 김영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퇴진론에 대해 "지금 논의하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며 "현재 상황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나갈 것인가 이런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야당이 국민과 민생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자기의 방향과 지침을 가지고 가는 게 필요하지, 지금 야당 대표의 여러 가지 진로나 이런 것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약간 제가 보기에는 여의도 정치의 맹점"이라고 했다. 친명 진영의 지지를 바탕으로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지목되고 있는 홍익표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재명 리스크라는 것에 우리 스스로가 거꾸로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당 대표 거취 문제가 아니라 민생 문제에 몰두하란 뜻으로, 사실상 비명계를 저격한 발언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당 내 다수 의원이 요구하는 전면적 인적 쇄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퇴진 요구는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로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이개호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대표 퇴진론과 관련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선 어떤 일이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들었다"면서 "내년도 총선 승리가 정치적 입장, 처신에 있어서 가장 큰 판단의 기준"이라고 강조, 상황에 따라 이 대표 퇴진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을 간접 시사했다.거듭 자세 낮춘 이재명 "절대적으로 소통 부족"...개딸엔 "트럭 시위 도움 안 돼"
전날 자신의 잘못을 거론하며 '반대파 끌어안기'에 나선 이 대표는 이날도 당 내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그는 더미래 간담회에서 "당대표로 취임한 지가 6개월 남짓 돼가는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나름 의원들과 대화할 시간을 많이 가져보려고 노력했는데 절대적으로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 한 분 한 분 만나 뵙고 의견을 들어본 결과에 의하면 당 지도부와 의원들 사이에 뭔가 실선은 아니지만 점선 같은 것이 쳐져 있다는 그런 느낌, 소통이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방송에서도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무효, 기권 의원님들의 충정을 이해한다"면서 "모든 분의 의견을 다 수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고 제 부족한 면도 분명 있다"며 낮은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 내 강성 지지층의 배타적 지지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간담회 종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부 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라면서 일부 지지자들이 강병원·전해철·이원욱·윤영찬 등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의 지역 사무실 앞에서 벌인 전광판 트럭 시위를 비판했다. 강성 지지층의 공격적 행위가 자신의 당내 소통 행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거듭 자제를 촉구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서로의 적대감만 쌓이고 이를 보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이맛살을 찌푸린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거듭 호소드린다. 함께 싸워야 할 우리 편 동지들을 멸칭하고 공격하는 모든 행위를 즉시 중단해달라"고 했다. 전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집안에 폭탄 던지는 것과 똑같다", "자해적인 결과"와 같은 격한 표현을 동원해 공격적 지지 행위를 중단하라고 한 데 이어서다. 이날 더미래 간담회를 마친 이 대표는 향후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를 비롯한 당 내 다양한 의견그룹과 접촉면을 늘려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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