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무너진 후 세계가 떨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마저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전 세계의 눈이 오는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에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대략적인 합의(컨센서스)였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초고속 행진을 이어간 연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했다. 올해 첫 회의였던 2월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SVB 파산에 따라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는 점은 확인됐다. 위기가 더 전이한다면 은행권에 머무르는 위기의 불길이 실물경제로 더 크게 옮아 붙을 수 있다. 연준이 이번 FOMC에도 속도 조절에 나서리라는 전망이 우세한 배경이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고용보고서는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미국의 1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 수는 51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측치인 18만7000명을 3배 가까이 웃돌았다. 더구나 실업률은 3.4%에 머물렀다. 1969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고물가 현상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4% 올랐다. 2021년 10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드세다. 취업 사정은 생각보다 매우 좋다. 반면 물가는 아직 못 잡았다. 연준이 3월 FOMC에서 다시금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도 있다. 실마리는 던져졌다. 우선 유럽이 빅스텝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끌어올려 3.5%로 만들었다. 장기간 제로금리 시대를 걸은 유럽은 작년부터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들어섰다. SVB 파산 소식이 유럽 금융권도 흔들었지만, 유럽은 미국과 다르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FOMC의 실마리를 쥔 수장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7일 파월 의장은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인플레이션 수준을 2% 수준"으로 낮춰야 하며 "이는 멀고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어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라며 "최종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확언했다. 미국 경제가 은행권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호조인 만큼, 이를 억누르기 위해 종전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연준이 작년 12월 제시한 올해 미 기준금리 점도표의 기준금리 목표치는 5.0~5.5% 수준이다. 이를 웃돈다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6%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발언이 나온 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3월 FOMC에서 빅스텝이 결정될 가능성을 74.9%로 예측했다. 0.25%포인트 인상 확률 25.1%를 3배 웃도는 전망이다. 다음주 FOMC의 결정에 따라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만일 연준이 22일 빅스텝을 결정한다면 한미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에서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격차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무역 수지가 악화하는 한편, 소비 위축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이는 한은에 큰 부담이다. 연준을 따라가기도, 금리 격차를 두고 보기도 부담스럽다. 다음주 연준의 결정은 한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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