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연일 청년세대로 알려진 'MZ'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인 '주 69시간' 개편 의지는 오히려 강조한 채, 논란이 되고 있는 개편안과 거리가 먼 포괄임금 등을 언급하며 "실근로시간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2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를 만나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현장에 여러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새로고침은 LG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등 'MZ노조'로 불리는 노동조합들의 협의체다. 이 장관이 공식 일정을 통해 청년들을 만나는 것은 '주 69시간'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가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한 간담회에서 '주 69시간 폐기'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청년 노동자들은 이 장관이 있는 간담회를 찾아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몰지 말고 폐기를 확답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역시 개편안에 대한 검토 지시를 내렸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도 근로시간 개편안을 추진할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추진 배경으로 밝힌 "여전히 공장법 시대의 70년 된 노동법제"를 거듭 언급하며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토대로 글로벌 스탠다드와 국민 상식에 맞게 규범을 현대화 하겠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변화를 꿈꾸는 미래세대를 위하여 노동개혁 완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주 단위 규제 방식은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하고, 점차 다양화하는 노사의 수요를 담기 어렵다"며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통해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운영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선택지를 부여한다면 노사 양측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노동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현행 근로시간 개편안의 방향을 언급했다. 이 장관이 말한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통해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운영"한다는 말은 곧 현재 주 5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노동시간을 주 최대 69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현행 1주 연장노동시간은 12시간이지만, 이를 월 단위로 확대하면 1주에 가능한 연장노동시간(12시간)에 평균 주수인 4.345주를 곱해 월 '52시간'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단서조항과 의무 휴게시간등을 제외하면 69시간을 일할 수 있게 된다.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의 골자를 설계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교수도 지난해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권고안을을 발표하며 "연장근로 허용 한도를 포함하면 (1주) 69시간까지 가능한 것은 맞다"며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연장근로조차 강요하거나 하는 사례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이 장관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개편안의 장시간 노동 문제와는 거리가 먼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포괄임금 오남용", "공짜야근, 임금체불, 근로시간 산정 회피"를 언급하며 "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자율‧준법‧신뢰의 노동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문제의 핵심인 근로시간 개편 개선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제도개편과 관련해 현장에서 우려되거나 보완이 필요한 점을 말씀해 주시면 보완방안 마련 시 적극 검토하겠다"며 "정부는 청년·미조직·중소기업 근로자 등과의폭넓은 소통과 FGI 등을 통해현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합리적인 보완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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