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배상 판결 이행을 위해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 재단(이하 재단)'이 변제하는 방안을 마련한 가운데, 승소한 원고 15명 중 10명이 재단으로부터 판결금 및 지연이자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14일 기준으로 정부 해법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힌 대법원 확정 판결 피해자 10분(명)의 유가족들께 판결문과 지원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며 "확정 판결 피해자 10분의 유가족들은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정부 해법에 따른 판결금 지급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배상금을 수령한 유족들을 대상으로 기존에 대법원 판결로부터 받은 채권을 포기하라는 내용의 각서는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재단 관계자는 "저희 나름대로 외부에 방안을 검토했는데 '제3자 변제'를 할 경우 (수령했다는) 영수증만 있으면 채권 소멸각서가 필요 없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제3자로부터 금전을 수령한 영수증만 있으면 수령자의 채권이 소멸되는 효과가 있다는 법적 검토를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채권 소멸을 전제로 해서 영수증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법적 검토 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채권은 어떻게 소멸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법적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법적 권리를 실현시켜드리는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법적으로는 피고인 기업이 채무를 이행하거나 원고가 본인의 채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채권은 여전히 살아있는 셈이 된다. 이에 추후 채권이 살아있는 이들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지난한 소송이 이렇게 마무리 됐는데 (다시) 소송을 제기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에 재단으로부터 배상금을 수령하지 않은 피해자 본인 3명과 유족 2명 등이 계속 이를 거부할 경우 공탁을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20~30년 동안 소송을 벌여온 분들에게 이걸(공탁) 등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결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좀 더 진정성있게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초 정부는 '제3자 변제'를 통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원고들의 권리를 소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문 발표 당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법리적으로 (원고가) 끝까지 (제3자) 변제를 수령하지 않는 경우 공탁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며 국내 유수 전문가들의 검토 및 자문을 거쳤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당장은 정부나 재단이 채권 소멸, 공탁 등 민감한 상황에 대해 정확히 답하지 않고 있지만, 실제 끝까지 재단의 금전을 수령하지 않는 피해자나 유족이 있을 경우 법적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공탁' 구상은 법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입장문 발표 당일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해마루 김세은 변호사는 "민법 469조 2항에 따르면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고 돼있는데 재단은 이해관계 없는 제3자"라며 "당사자 의사에 반하는 변제방식과 공탁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한국 정부가 당사자 의사에 반해 공탁을 검토한다는 것은 새로운 가해행위"라며 "피해자가 (대법원으로부터 판결받은) 위자료의 의미는 돈으로 해결될 수 없는 피해를 입었을 때 그것을 회복시켜주기 위해서 돈으로나마 위로한다는 의미다. 이를 누구나 돈을 줘도 괜찮은 채권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송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만약 재단이 일방적으로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탁을 하고 집행 사건의 공탁서를 제출할 경우 집행 과정에서 무효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공방을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 재단으로부터 배상금을 수령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확정 판결을 이행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우선 재단이 판결금을 변제한다고 해도 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3월 13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을 맡고 있는 소송 대리인 측은 원고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가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채권과 관련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의뢰인 양금덕·김성주의 의사를 본 내용증명으로 명확히 밝히니, 수신인은 의뢰인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증명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후 3월 16일 2018년 대법원 강제동원 확정판결의 원고들은 미쓰비시 중공업의 채권에 대한 추심금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 장완익·임재성·김세은 변호사는 "2018년 11월 확정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의 원고 중 일부(생존자 1인, 돌아가신 피해자 1인의 유족들, 이하 '원고들')가 15일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자산인 채권에 대해 (이하 '이 사건 자산')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추심금 소송을 제기했음을 밝힌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제3자 변제를 통해 원고의 권리를 없애려면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다. 15명의 승소한 원고 중 14명이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한다고 해도, 이를 수용하지 않은 1명의 권리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안을 마무리하려면 이번에 배상금을 받지 않은 피해자와 유족을 설득해 채권을 포기하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우리가 일본에 요구하고 있는 성의있는 호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길고 큰 틀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얽혔던 것들을 풀어가는 과정이니 긴 호흡으로 봐주셨으면 한다"며 일본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재단이 지급한 배상금을 수령하지 않은) 피해자와 유가족분들께도 최소한 정부와의 연결에 응해 주시고 저희 설명을 들어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를 설득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가시적인 호응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한일관계 정상화 과정이 있고,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겠다는 말씀 드리겠다"며 지소미아 정상화와 수출 규제 해제 등을 성과로 언급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권리를 포기시키면서 그 대가로 한일관계를 개선시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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