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사기 피해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경기지역 아파트 및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의 전세 비중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많이 하락해 재계약 비용 부담이 줄어든 데다, 전세자금 대출 이자가 작년 하반기보다 낮아지면서 최근 가속도가 붙었던 월세 전환이 주춤하고, 전세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5월 6일 기준)은 총 2만2640건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전세 거래 비중은 61.5%(1만3934건)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61.6%)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임대시장은 지난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이자가 연 6%대까지 치솟으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했다. 이에 따라 2021년 30∼40%대를 오르내리던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지난해 12월 52.7%까지 오르고, 반대로 전세 거래 비중은 절반 이하(47.3%)로 떨어지기도 했다.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고, 지난해 11월에는 '빌라왕' 전세사기까지 터지면서 전세를 월세로 돌린 계약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1월에 다시 55.2%, 2월에 56.6%로 늘기 시작한 전세 비중은 3월 들어 60%를 넘겼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전환율은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서울 아파트 기준 지난 2월 현재 연 4.6%(한국부동산원 통계)까지 올랐는데, 3월 이후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연 4∼5%, 최저 3%대까지 떨어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재계약 또는 신규 계약 시 전세 보증금 부담이 감소한 것도 전세 계약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신고된 4월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62.3%로 3월보다 높다. 다만 4월 전월세 거래량은 아직 확정일자 미신고분이 많이 남아 있고, 통상 월세보다 전세의 확정일자 신고가 빠른 경향도 있어 정확한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경기도의 아파트도 전세 비중이 커졌다. <연합뉴스>가 경기부동산포털에 올라온 전월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경기도 아파트의 전세 비중은 60.2%로 2월(60.3%)에 이어 두 달 연속 60%를 넘었다. 지난해 8월(55.6%) 50%대로 떨어진 전세 비중이 다시 60%를 웃돌기 시작한 것이다. 아파트뿐 아니라 최근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는 빌라(다세대·연립)의 전세 비중도 올해 들어 증가 추세다. 서울 다세대·연립의 전세 비중은 지난해 10월 61.9%에서 11월 빌라왕 전세사기 여파로 58.0%로 하락한 뒤 12월에는 49.7%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올해 1월 50.3%, 2월 52.9%로 오르더니 3월에는 56.8%로 상승했다. 아직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날 현재까지 신고된 4월 전세 거래 전세 비중은 60.2%에 이른다. 경기도 연립·다세대 전세 비중은 지난해 10월 57%선에서 빌라왕 사건이 터진 11월 53.6%로 내려온 뒤 올해 3월까지 50%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4월 전세 비중이 현재 기준 57.2%로 높아진 상태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최근 전국적으로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세입자의 전세사기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세입자 입장에선 보증금 회수만 보장된다면 소모성 비용인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세입자의 안전을 위해 특히 아파트보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 역전세난에 취약한 빌라의 경우 보증금을 안전선까지만 주고 나머지는 월세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이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보험 가입 기준 강화로 공시가격 대비 전셋값이 높은 빌라는 보증 가입이 거절되는 문제가 있다"며 "보증 가입을 위해서라도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일부는 월세로 돌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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