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지난 1년 동안 수행한 국정운영과 관련해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에 초점을 두며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외교안보, 경제정책의 변화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에 지난 1년 평가의 주안점을 뒀다. 먼저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을 토대로 한미일 3각 공조체제 확대를 지속 추진할 방침을 밝히며 "제가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 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셔틀외교' 복원을 언급하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기시다 총리가 "혹독한 환경에서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하여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던 발언을 상기하며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한일 양국이 당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관한 현장 시찰단 파견,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의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 공동 참배 합의 등을 강조하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서로 교류 협력하면서 신뢰를 쌓아간다면 한일관계가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주에 있을 G7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개최된다"며 "지난달 국빈 방미 계기에 합의한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간에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한 데 이어,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하게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1일 만에 이뤄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 재건됐다"고 했다. 또한 "북한의 선의에만 기댔던 대한민국의 안보도 탈바꿈했다"면서 "재래식 군사력을 바탕으로 했던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핵능력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해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를 약속했고, 대한민국은 미 핵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분쟁의 군사적 해결과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해 왔다"며 "안보와 경제가 국제 협력하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국제규범의 존중과 준수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대만해협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엮여 있는 중러가 반발하는 언급으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은 정부와 국민에게 이러한 국제규범도 국내법과 같이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지난 1년간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존중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경제 역량에 걸맞는 책임과 기여를 다함으로써 글로벌 질서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며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안보와 경제,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외교'에 대해선 "지난해 6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계기에, 여러 나라들과 양자회담을 갖고 원전, 반도체, 공급망 분야의 실질 협력을 강화하고 방산 수출 성과도 이뤄냈다"며 "이제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은 세계 4대 수출국을 목표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 1년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정상 세일즈 외교를 폈다"며 "대규모 오일머니의 국내 투자를 통해 우리의 유망 스타트업, 벤처,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정부 비정상 정책이 전세사기 토양"
윤 대통령은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이전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윤 대통령은 "최근 전세 사기, 그리고 주식과 가상자산에 관한 각종 금융투자 사기가 집단적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서민과 청년세대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고 절망하고 있다"며 "서민과 청년에 대한 사기 행각은 전형적인 약자 대상 범죄"라고 했다. 또한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이러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면서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적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와 마찬가지로, 범죄자의 선의에 기대는 감시 적발 시스템 무력화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어 버린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순간이다"며 "그러나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고 정상적인 복원까지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이들의 고통은 회복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했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했다"며 거듭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특히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 초점을 맞춰 "우리 정부는 출범 후 중요 마약범죄에 대한 법 집행력을 회복하고 검경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등 마약 청정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오는 16일부터 6년 만에 재개되는 민방위 훈련과 관련해 "그간 가짜 평화에 기댄 안보관으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되지 않았다"며 "국민 스스로를 지키는 민방위 훈련을 제대로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실제상황에서 국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 6년 간의 미실시를 감안해 먼저 공공기관부터 훈련을 시작하고, 다음 단계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훈련으로 정상화 수순을 밟기로 했다"며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 준비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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