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10일, 여야 정당 지도부는 각각 용산 대통령실과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했다. 여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기자실 방문 행사와 이날 오전 동작현충원 참배에도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당정 주요인사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지난 1년 동안 국민들이 변화와 개혁을 체감하기엔 시간이 모자랐다"며 "2년차에는 속도를 더 내서 국민들이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강 위에서 배를 타고 가는데 너무 느리면 물에 떠 있지 가고 있는지 모른다"며 "앞으로 1년간 더 힘차게 협력해서 뛰어보자"고 오찬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은 잘못된 국정의 방향을 큰 틀에서 바로잡는 과정이었다"면서 "지난 대선의 민심은 불공정과 비상식 등을 바로 잡으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는 안보, 반시장적, 비정상적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아울러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대한민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2년차에는 경제와 민생 위기를 살피는데 주안점 두겠다. 외교의 중심도 경제에 두고 복합위기를 수출로 돌파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문을 연 '평산책방' 앞에서 분홍색 셔츠 위에 앞치마를 두르고 이들을 맞아 눈길을 끌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를 악수와 포옹으로 환영하며 "퇴임 1주년인데 책방을 응원하러 방문해 주셔서…(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 대표는 "책방이 잘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덕담했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앞치마로 갈아입고 문 전 대통령과 함께 평산책방 일일 책방지기 역할을 하며 손님들을 맞았고, 최고위원들도 책을 골라 이들에게 계산을 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책을 골라 추천했고, 이 대표도 추천받은 책을 샀다. 문 전 대통령이 두꺼운 책 한 권을 이 대표에게 내밀며 "이런 책도 공부가 좀 되죠. 베개도 되고"라고 농담을 건네자 이 대표는 크게 웃으며 "수면용으로…", "베고 자라고 추천해 주셨다"고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책방 밖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마을을 한 바퀴 걸어서 둘러보는 시간도 가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마을을 안내하며 "여기(책방에)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식당들이 장사가 잘 된다"며 "정말로 그런게 없으면 여기가 점점 쇠퇴하고 소멸해가는 지역이다. 내가 (마을에서) 제일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에서 "청년회장이시네"라고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이어진 비공개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문 전 대통령이 '최근 국내외로 여러 어려운 사정이 있는데 민주당이 단합하고 더 통합하는 모습으로 현재의 국가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 '민주당이 역동성을 회복해서 젊은 층에 더 사랑받는 정당으로 변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우리 당 내에서도 그런 차원에서 하나가 되자는 게 의원들, 당원들의 다수 의견"이라고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현직 시절 야당 사무실을 방문했던 일을 회고하며 "대화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있어서 일종의 의무와도 같은 것이다.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했다고 권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회적 지적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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