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노조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 이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그간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관련 규칙에 변화가 예상된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현대차 간부 사원과 회사 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이 같이 판단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4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에게는 별도로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만들었다. 간부사원의 경우 개근자에게 월 1일씩 부여하던 월차 휴가 제도를 폐지하고 25일 상한의 연차휴가를 적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현대차는 간부사원 89%의 동의를 받았지만 노조의 동의는 받지 않았다. 이에 간부사원들은 이 같은 취업규칙은 노조 동의를 받지 않은 가운데 간부사원에게 불이익이어서 무효라는 입장 하에 그간 밀린 연월차 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패했으나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뒤집혔다. 2심에서 법원은 "간부사원의 연월차휴가 관련 취업규칙은 불이익변경인데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초 근로기준법상 회사 취업규칙을 함부로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은 존재했다. 이 법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노동조합이 없으면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했다. 다만 변경안이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갖췄다면 노동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이 적용되도록 하는 예외가 기존 판례에서 인정됐다. 여태 이 '사회 통념'이 모호하게 해석되면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적용할 수 있었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노동자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 "(노동조합 등 노동자의)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대법원은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노사대등 결정 원칙을 보장하는 중요한 절차적 권리"라며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권이) 취업규칙의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특히 '사회통념'에 관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다며 이를 인정할 경우 "관련 법적 분쟁이 계속돼 법적 불안정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다만 "노동자가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을 경우에는 노동자 동의가 없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도 유효하다"고 예외를 인정했다. 즉 취업규칙 변경의 필요성이 인정되는데도 노동자가 '합리적 근거 없이' 이를 반대한다면 '동의권 남용'으로 해석할 길이 열렸다. 이 같은 대법원 결정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7명)이 채택됐다. 다만 대법관 6명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유지돼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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