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 따라, 지역마다 다른 청년의 나이 기준
몇 살까지 청년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지면 마음만은 여전히 20대라고 답하는 분들이 꽤 있지만, 안타깝게도 20대의 마음만으로는 청년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청년기본법'으로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청년으로 정하고 있다. '청년기본법' 제정을 논의하던 2019년을 거슬러 가 보면, 청년기본법에서 정의하는 청년의 연령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당시 국회에 청년 관련 법안 6건이 발의되었는데, 각 발의안마다 청년을 규정하는 연령이 모두 달랐다. 18세부터 34세까지, 19세부터 29세까지, 19세부터 34세까지. 청년의 연령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고, 통일된 정의 또한 없는 현실에서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탄력적으로 청년의 범위를 규정하고,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부처별 정책에서 청년의 연령을 규정한 사례를 살펴보면, 청년의 고용 관련 정책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서 정한 15~29세로,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은 39세 이하로, '고용보험법 시행령'은 15~34세로,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는 19~34세로 정하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한 청년의 연령 범위는 훨씬 넓다. '청년기본조례'를 최초로 제정한 서울시는 청년의 연령을 19세부터 34세로 정의했다. 서울시처럼 조례에서 청년 연령을 19~34세로 정한 지자체는 전체의 15.8%이고, 과반 이상인 58%가 18,19~39세로 청년의 나이를 정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한 17개 광역 시도와 217개 기초 시군구 정의하고 있는 청년의 연령은 15세부터 49세까지 범위가 굉장히 넓다. 전라남도 강진군은 2020년에 처음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할 당시, 19세부터 55세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했다가 2022년 12월에 45세까지로 하향 조정했다. 강진군처럼 청년의 연령을 45세까지로 정한 지자체는 전국 33곳이다. 최근에는 청년의 연령을 49세까지로 높인 지자체도 있다. 전남 장수군, 강원도 태백시, 전북 신안군, 경남 산천군, 경북 예천군, 충북 괴산군 등 전국 25개 지자체에서는 청년의 연령을 49세까지로 정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의 연령을 40대까지로 확대한 지자체는 인구소멸 위기지역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올해 4월, 서울시 도봉구에서도 청년의 연령을 45세까지로 상향 조정했다. 청년인구 순유입의 대표 도시인 서울에서 40대를 청년으로 정의한 첫 사례다. 청년의 연령을 40대 연령대까지 상향조정한 지자체의 조례 개정 이유는 청년 관련 정책의 수혜 대상자의 범위를 넓히기 위함으로 나타났다. 청년 시설의 입주대상자 범위를 넓히고, 청년정책에서 배제되는 연령을 줄이기 위한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찾아보더라도 청년의 연령이 40대를 넘는 경우는 없다. 또 정작 40대는 본인이 '청년'이라고 생각할까? 여기서부터 특이점의 시작이다. 청년정책은 왜 시작되었나? 무엇을 해결하기 위함인가?청년정책은 만능키가 아니다
청년정책은 노동시장의 양극화에 따라 청년이 진입하는 고용환경의 불안정성, 그에 따르는 소득 저하와 사회보장제도에서의 배제를 포함하여 청년이 사회진입을 하는 기간 동안의 복합적인 취약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를 위해 청년의 권리를 보장하고, 청년 개개인의 역량 향상과 사회 전반에 참여를 촉진하고, 교육과 고용 등에서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여 청년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물론 단위 정책이나 지자체마다 청년정책이 매우 다양하지만, 청년정책의 도입 배경은 앞에서 언급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청년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장되면서 지역마다 청년정책에 담는 내용과 대상자의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인구소멸 위기 지역에서는 청년정책이 인구정책을 대체하거나 포함하였고, 사회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청년정책을 활용하기도 한다. 청년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정책의 대상을 확보하기 위하거나 반대로 지자체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청년정책을 활용하면서 청년의 연령을 상향시키기도 하고 있다. 주택 매매를 위한 대출지원이나 창업지원이나 귀농·귀촌 사업을 장년층까지 지원하기 위해 청년의 연령을 장년층까지 확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청년의 연령을 높여 주택 지원이나 정착 자금 지원, 창업 지원하는 단위 정책으로 지역소멸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보다는 청년에게도 매력적인 지역을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문제의 근본에 가 닿는 방법이다.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로, 경기로 가는 시기는 크게 대학 진학 시기와 일자리 진입 시기로 나뉜다.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의 대학, 예컨대 광역도나 광역시의 대학으로 진학하던 양상이 2020년을 전후로 급격히 서울로 편중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이후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이 많았지만, 2010년 이후 계속된 수도권-비수도권 간의 임금 격차와 비수도권 지역의 제조업 쇠퇴 등의 영향으로 청년 인구의 수도권 쏠림은 가속화 양상이다. 청년유니온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수도권 청년의 경우 지역 내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이를 위한 양질의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 또한 부족한 점과 특히 여성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 문제와 지역의 가부장 문화나 폐쇄성으로 인한 고용 상흔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해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청년정책의 지원 연령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만에 하나 청년정책으로 49세까지 포괄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방법도 괜찮은 것 아닌가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정책은 5년마다 국가단위, 지자체단위 계획을 세우고, 전국적 실태조사를 하고, 통계도 구축하는 등 연령 범주가 명확한 영역이다. 지자체마다 청년의 연령을 계속 상향조정하게 되면 청년 연령 범위 내부의 이질성이 상당히 커지게 된다. 다시 말해 청년의 대상 범위가 넓어지면 같은 청년 집단 안에서도 사회 경험이나 가치관, 문화 등의 격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당초 청년정책을 도입하려고 했던 목적에 맞는 정책을 펼치기 어려워지고, 정책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청년이 겪는 현재의 문제가 다른 연령층의 시민들도 모두 겪는 문제라면, 이는 청년정책이 아니라 사회보장 전반을 수정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청년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40대 이상의 장년이 겪는 어려움의 내용은 서로 다르다. 청년이 원가족에서 독립하여 주거를 구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장년이 집을 매매할 때 겪는 어려움도 다소 다르다. 즉, 급변하는 사회에 시민들이 안정적으로 적응하고 안착하기를 지원하는 정책이라면 그것의 이름은 청년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의 리셋모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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