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수사와 담론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는 정체성의 '특수한' 내용물을 주조하고 이를 사회 전체의 '단일한' 정체성으로 호명하면서 국가와 시민사회의 내적 동일화를 시도한다.
한국의 정체성에 '자유'라는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이든 혹은 민주주의이든, 그 내용물이 무엇이든 간에 정체성은 그 어떤 하나의 요소로 수렴되어 있는 본질적 실체가 아니다"
은 교수는 책에서 정체성은 특정한 시공간에 하나의 사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이는 고정돼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무엇인가로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국가권력은 정체성을 단일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국가권력의 이러한 시도는 저항과 극복의 대상이 된다. 국가권력이 설정한 정체성과 다른 시각을 갖는 개인이나 집단은 '타자화'되면서 차별과 배제라는 현실에 놓이게 되고, 이는 실질적으로 그들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은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가, 왜, 어떻게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본질화'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새로운 언표를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담론의 장에 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해당 저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유럽과 중국 등의 정체성을 사례로 들어 이러한 논의를 진행했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한국의 정체성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본질적 실체로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안에 포함되지 않거나 이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은 한국이라는 국가에 상당 부분 존재하고 이들의 목소리 역시 일정 부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현 정부가 원하는 한국의 정체성인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서 가지는 특성일 수도 있다. 가치와 국제질서가 변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은 어떻게 정체성을 만들어왔고 앞으로 어떠한 '새로운 언표'가 정체성 담론의 장에 등장하게 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본질적이지 않은 정체성을 마치 본질인 것처럼 만들고 이를 사회 구성원 누군가를 타자화시키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만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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