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대출과 관련해 정부 당국과 "가계부채 비율이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가진 '6월 물가안정 목표 상황 점검' 기자회견에서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유의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다만 "디레버리징은 중장기 과제"라며 "단기적으로 가계부채 비율을 (하향) 조정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부연했다. 발언을 종합하면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더 커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으나 이를 금융정책(기준금리 관리)으로 단기간에 억누르려 할 경우 발생하는 가계 파산 등의 부작용도 함께 보고 중장기에 걸쳐 조정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 같은 입장(디레버리징 중장기)을 한은이 정부와 공감하고 있다고도 이 총재는 부연했다. 관련해 이 총재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와 함께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관측되는 집값 상승세를 두고 "지금은 연착륙"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어 "현 시점에서 부동산 가격이 (추세적으로) 오르거나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진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지금의 연착륙 기조가) 갑자기 주택가격이 오르거나 가계대출이 확 증가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물가와 관련해 이 총재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율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 초반에서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며 "하반기 물가가 예상 경로를 벗어나면 정책 대응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그런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 변동 상황을 두고 소비자물가가 작년 7월(6.3% 인상)을 정점으로 현재는 둔화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다. 아직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2%)는 웃돈다.
한은은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해당 보고서를 발표한다.
한은은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비해 더디게 둔화하는 점을 유의 사항으로 꼽았다. 이에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중순을 지나며 다시 상승세를 보여 연말 기준 3%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물가 수준이 "상당기간"에 걸쳐 목표수준(2%)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다만 이 같은 상황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인해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선) 호주, 캐나다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가서 우리(3%대)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현 상황과 이에 기반한 전망을 바탕으로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총재는 이에 관해 "연준의 금리 결정에 (한은이)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며 "연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환율과 자본 흐름에 미칠 영향이 큰 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총재는 이 경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2~3개월가량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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