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 천막 치는데 좀 도와주세요"
"오늘 비바람 많이 부는데, 와서 천막 좀 다시 묶어주세요"
"천막에서 비가 새요"
"천막이 무너졌어요"
"오늘 결의대회인데 와서 몸짓 좀 해주세요"
그럴 때마다 그들은 짱가처럼 달려왔다. 2019년 7월 자회사를 거부한 요금수납원 1,500명이 집단해고 되었다. 청와대 농성과 서울 캐노피점거 투쟁을 펼쳤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경찰서에 끌려간 조합원들 찾아가고, 병원에 실려 간 조합원들 만나기 바빴다. 김천 도로공사 본사는 찾아갈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이 김천 본사를 상대로 직접 집회신고를 내고, 마이크를 잡고 선전전을 진행했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조용했던 본사가 소란스러워졌다. 우리는 속이 시원했다. 본사 선전전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실천한 아사히 해고자들의 연대는 큰 감동이었다. "연대는 이런 것이다"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사히글라스 조합원들은 당사자 없는 본사 앞에서 한 달간 투쟁을 진행했다. 그후 우리는 도로공사 김천본사를 점거했다. 대법판결도 무시하는 도로공사에 분노한 여성노동자들은 본사 로비회전문을 반으로 접어버리고 들어갔다. 진입을 막는 구사대와 싸우면서 옷이 찢어졌는지도, 피가 난 줄도 몰랐다. 점거하고 보니 옆에 아사히글라스 차헌호 지회장이 있었다. 지회장은 김천본사에 점거 첫날 들어와서 일주일을 함께 싸웠다. 추석에도 로비농성을 함께 지켰다. 아사히 해고자들은 매일 본사로 찾아왔다. 우리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 9년째다. 그들은 어렵게 4년 만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승소했다. 그 이후 사측은 차헌호 지회장만 빼고, 조합원들은 복직시키겠다고 제안했다. 큰돈까지 제시했다는 소리에 합의가 될 줄 알았다. 아사히 노동자들은 달랐다. 1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함께 복직한다며 사측의 제안을 보란 듯이 거부했다. "아, 이럴 수도 있구나" 다시 느꼈다. 나의 노조활동 경험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된 기간은 똑같다. 해고 9년, 너무도 긴 세월이다. 이 긴 시간을 아사히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보냈다. 아사히 해고자들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출근하는 그날을 꼭 보고 싶다. 아사히글라스 8년 결의대회.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간다.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에게는 많은 이들이 함께한다. 그곳에 가면 반가운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이 우리에게 힘을 주었듯이 이날만큼은 아사히 글라스 노동자들에게 듬뿍 기운을 주고 싶다. 7월 1일 많은 이들이 그곳으로 함께 달려가면 좋겠다. 힘내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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