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중국인 투표권 제한' 화두를 던지면서 '반중 정서'를 자극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박진 외교부장관이 "종합적인 요인들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25일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우리도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 그것이 공정하다"며 중국인 투표권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내거는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한 모양새다. 박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중국과 척지고 지낼 이유가 없고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한중 우호 증진을 위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한중 관계는)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 이익에 기반해 성숙하고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다, 지난 G7 정상회의에서 주요 7개국 정상들이 대중관계에서 사용해 온 용어 '디커플링'을 '디리스킹'으로 순화해 표현하는 등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데 따라 정부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 내에서도 '중국인 투표권 제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은 민주적인 선거도 없는 나라인데 그런 나라에서 (한국인에) 투표권 안 준다고 그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 우리 투표권 안 준다?"고 반문하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이 특정 국가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투표권 제한과 같은) 제도를 만들 순 없다"며 "우방국에는 투표권을 주고 중국에는 안 주는 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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