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넘겨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사건(2023헌나1)이 마지막 변론기일을 맞은 가운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헌법재판소에 이 장관 탄핵심판 결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장관은 당연히 지켜야 할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해 159명의 희생자를 냈다"며 "탄핵당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날은 지난 2월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 헌법재판소에 넘겨진 이상민 장관 탄핵사건의 마지막 변론기일 날로, 유족들은 이 장관 탄핵심판을 촉구하는 유가족의견서를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제출했다. 이들은 △재난안전과 관련한 국가의 책임을 총괄해야 할 의무를 회피한 점 △10.29 이태원 참사의 수습과정에서 희생자의 존엄과 유가족의 권리를 훼손한 점 △설명과 안내 노력 없이 참사의 수습과정 등에서 유가족을 무시·배제한 점 등을 이 장관 탄핵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송진영 유가협 대표 직무대행은 특히 이 장관이 "참사 직후 희생자를 사망자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하는 등 참사를 은폐하는 행동을 보였다"라며 "이 과정에서 유가족이 느꼈을 정부의 억압적이고 단속적인 태도"를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참사 희생자 고(故) 신애진 씨의 어머니 김남희 씨는 "이 장관은 장관으로서 예견된 참사에 대비하지 않았고, 있는 시스템조차 활용하지 않아 참사를 키웠다"라며 "자연인 이상민 씨가 자신의 죄를 부정하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장관이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고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건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트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사건 변론기일엔 이정민 유가협 대표 직무대행이 유가족 대표로 참여했다. 참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이주영 씨의 아버지인 이 직무대행은 참사 당일 현장에서 주영 씨를 찾아 헤맸던 경험을 토로하며 "참사의 책임자인 이상민 장관은 무고한 생존자와 시민이 희생자를 살리려고 온힘을 다할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나" 물었다. 이어 그는 "참사 이후, 기사에 나온 이상민 장관의 발언들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였다. 그의 어떠한 발언에도 유가족에 대한 예의와 배려, 존중이 없었다"라며 "이상민 장관의 파면은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의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한다"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 자리에서 "(본인이 참사를 인지했을 당시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각이었다", "제가 놀고 있었겠나" 등의 발언을 남기며 유가족 2차 가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당시 이 장관은 참사 인지 이후 현장에 도착하기 까지 1시간 40분의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나름대로 전화하면서 상황 파악을 하고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직무대행은 "그 시간에 중대본을 가동해 현장을 통제하고 경찰과 소방인력을 보내줄 수 없었는지 묻고 싶다"고 해당 발언을 반박했다. 시민대책회의 소속 미류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위원회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행안부 장관은 재난상황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넓고 큰 권한을 가진다. 그래서 참사를 인지했을 때 장관의 역할은 상황파악에 그칠 수 없다"라며 "(이 장관은) 파악한 상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 측은 '참사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소집 등은 행안부 장관의 전화로도 가동이 가능했지만, 이 장관은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협은 '인파밀집을 예상했음에도 관리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점'등 참사 이전과 당시, 이후의 상황을 모두 포괄해 이 장관의 업무 방기를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날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자 브리핑 및 행진 등을 통해 "이 장관이 파면되어야 할 이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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