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노동자 4명 중 1명은 최근 1년 내 임금체불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들이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쉬지 못하는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1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3년 체감경기·임금실태 전국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20일부터 4월28일까지 미조직 노동자 53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28.1%는 최근 1년 내 임금체불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1549명의 미조직 노동자가 임금이 제날짜에 안나오거나, 무료노동·공짜노동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중 73.1%(1133명)는 100인 미만 중소사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또한 산업단지 노동자의 경우 3명 중 1명(33.1%)이 임금체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간 노동시간별로는 1주 52시간 초과 노동자의 임금체불 경험률이 절반에 육박한 43.7%에 달했다.
'쉴 권리'도 고용형태 및 사업체 규모에 따라 차별이 심각했다. 공휴일이 유급휴일이라고 응답한 노동자는 63.6%(3422명)였다. 정규직 노동자 76.3%(2705명)는 공휴일이 유급휴일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공휴일이 유급휴일이라고 응답한 노동자는 39.2%에 그쳤다. 또한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 중 공휴일이 유급휴일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42.0%(240명)에 불과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는 공휴일에 '쉬지 않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1.7%로, 전체 노동자 비율(5.6%)보다 높았다. 연차휴가 사용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이 발생했다. 정규직 노동자 중 46.7%가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미사용 휴가에 대해 수당을 지급한다'고 응답한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 중 32.4%만 이같은 권리를 보장받고 있었다.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 중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미사용 휴가 수당을 지급받는 이들은 30.4%에 불과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공성수 노무사는 "공짜노동을 부추기는 것 중 하나는 포괄임금제"라며 "포괄임금약정이 체결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더 시키면 더 해야 하고, 더 해도 추가수당은 없다고 인식되고 실제 그렇게 운영되는 현장의 실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거의 모든 항목에서 여성일수록, 비정규직일수록,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일수록,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일수록 노동조건의 열악함이 드러나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며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 또한 심각하여 제도적 보호장치가 필요한 곳은 정작 적용에서 배제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노조 탄압과 혐오 조장에만 혈안이 되어 국가의 책무를 망각하고 있다"며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노조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심각한 무료노동과 임금체불 대책을 지금 당장 수립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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