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규모를 '2000조 원'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00조 원은 한국의 1년 GDP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그중에 한국 몫은 66조 원이라고 한다. '2000조 원'이라는 규모의 출처는 명확하지도 않다. 지난 14일 <파이낸셜뉴스>가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해 '2000조 원 이상 규모의 공사와 경제 사업이 따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의 '몫'이 이 중 66조 원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대통령실이 직접 '2000조 원'을 언급했다. 이 매체는 원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최대 1조 달러(약 127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됐지만 "2000조 원 이상으로 평가가치가 높아진 것을 놓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산정하지 못한 장기적인 인프라 건설에 추가 소요가 발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대통령실 측이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2000조 원' 규모로 추산한 셈이다. 갑자기 700조 원 안팎이 훅 늘어났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방문을 순방 중에 결정한 이유에 대해 '전후 재건 사업 참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앙일보>는 17일 "윤 대통령의 재건 사업을 강조한 배경과 관련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14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는 전쟁 피해를 복구하는 리빌딩을 넘어, 국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뉴빌딩을 추진 중"이라며 향후 재건 사업이 단순한 재건과 복구 수준을 넘어선 규모가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선진국들 역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유럽 16개국을 지원했던 '제2의 마셜플랜'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2000조 원 규모라는 건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 당초 '1조 달러'라는 수치는 우크라이나 정부 측이 제시한 안을 토대로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연합뉴스>는 두 달여 전인 지난 5월 22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한국·폴란드·우크라이나 3국 민간 단체 주축의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콘퍼런스' 소식을 전하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정하는 재건사업 규모는 9000억 달러(약 1200조 원)에 달해 21세기판 마셜플랜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이건 '민간 단체'들이 '정부'를 인용해 낸 추산이다. 두 달 만에 이번 윤석열 대통령 순방 도중 재건 사업 규모가 2000조 원으로 상승했다. 먼저 이같은 규모의 재건 사업 비용이 어디에서 충당될 것이냐는 의문이 든다. 정부가 인용하는 '마셜플랜'은 미국이 전후 유럽 재건을 위해 130억 달러를 쏟아 부었던 사례를 말한다. 당시엔 현금과 현물을 쥔 미국이라는 확실한 자금 출처가 있었다. 미국은 서유럽 국가를 비롯한 20여개 국에 직접 돈을 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결이 다르다. 유럽과 우크라이나 단일 국가, 규모도 비교 불가다.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유럽의 성장이 미국에 시장을 확보해 준 것처럼, 지금은 자본주의 고도화로 이행되는 기간도 아니다. 무엇보다 2000조 원을 누가 지불할지 알 수 없다. 우크라이나 GDP는 전쟁 이전인 2021년 2000억 달러 수준이다. 약 253조 원이다. '재건 비용'은 우크라이나 GDP의 8배에 해당한다. 한국 코트라에 따르면 2022년 우크라이나가 받은 해외 원조는 약 320억 달러이며, 그중 140억 달러가 무상원조다. 국방비 지출에 허덕이는 우크라이나의 총 수입은 600억 달러고, 총 지출은 832억 달러다. 코트라는 "2023년 우크라이나 경제전망과 관련해서 국제기구나 우크라이나 정부 및 기관에서 내놓은 수치를 보면, 비교적 편차가 심한 편이다. 현재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전망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것이라고 이해된다"고 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경제부는 2023년 GDP 성장률을 3.2%로 보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1%로 보고 있다. 전쟁 수행 중인 국가이기 때문에 경제 전망이 들쭉날쭉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막대한 재정 적자를 주로 유럽과 미국의 해외 원조로 충당하고 있다. 재건사업은 결국 '투자 유치'로 가능한데, 지급보증을 설 만한 곳은 마땅치 않다. 문제는 투자금 회수다. 우크라이나의 경제 규모가 애당초 크지 않고 농업 중심 산업이 발전했다는 것도 '투자 회수' 문제와 관련해 불투명성을 높인다. '중동 특수'에 빗대는데, 우크라이나는 '오일머니'를 가진 나라도 아니고, 지금 세계가 1970년대인 것도 아니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회의에서 450조 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했다.(G20이라는 조직 자체가 지금 유명무실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후 전경련 산하 연구원은 청와대 개방만 해도 20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 돈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2000조 원'의 장빛 환상을 말하기엔 성급하다. '종전'도 안 한 나라에서 '2000조 원'을 찾는 '잿밥 외교'도 민망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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