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낮췄다. 국내외 주요 기구 집계의 최저치다. 하반기 한국 경제 반등 가능성을 낮게 본 셈이다. 19일 ADB와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ADB는 이날 발표한 '2023 아시아 경제전망 보충' 자료에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4월) 1.5%에서 0.2%포인트 낮춰 1.3%로 수정했다. 이는 주요 기관 전망치 중 최저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성장률이 1.4%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는 1.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도 1.5%다. 모든 기관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결과다. 그 중에서도 ADB의 전망치가 가장 비관적이다. ADB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2%로 추정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와 동일하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ADB의 비교 국가 전체에서도 가장 낮다. 한국처럼 올해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ADB가 꼽은 나라는 대만(1.5%), 싱가포르(1.5%)다. ADB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나라는 대만(2.0%→1.5%), 싱가포르(2.0%→1.5%), 베트남(6.5%→5.8%)이다.
다만 이들 나라의 내년 경제 회복세는 한국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만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2.6%에서 2.7%로 상향조정됐고, 싱가포르는 3.0%로 동일했다.
ADB는 인도가 올해 6.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필리핀도 6.0%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트남 성장률 전망치는 5.8%였고 중국은 5.0%였다. ADB가 전망한 올해 아시아 전체의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4.8%였다. 이는 종전 4월 전망치와 동일하다. 내년도 성장률은 4.7%로 예측됐다. 4월 전망 대비 0.1%포인트 하향조정됐다. 기재부는 "ADB가 수출 감소, 민간소비·투자 부진" 등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의 근거로 꼽았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 할 것이라는 기재부 전망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다. 한국의 하반기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하리라는 평가다.
ADB는 한편 중국의 성장률 전망도 낮게 본 이유로 "통화 긴축이 주요 선진국의 경제 활동을 저해"해 세계의 "전자제품 및 기타 제조품 수출에 대한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앨버트 박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국내 수요와 서비스 활동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관광 산업의 강력한 회복으로 혜택을 받고 있"지만 "산업 활동과 수출은 여전히 부진하고 내년 글로벌 성장과 수요 전망은 악화됐다"고 밝혔다. 한편 ADB는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3.5%로 예측했다. 종전 전망치(3.2%)에서 0.3%포인트 상향조정했다. 반면 아시아의 물가 상승률은 4.2%에서 3.6%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의 하반기 물가 상승률 안정세가 아시아 다른 지역에 비해 약하리라는 예측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물가 상승률이 상향조정된 나라는 카자흐스탄(11.8%→12.4%), 홍콩(2.3%→2.5%)이다. 이 같은 ADB 전망은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 구상과 배치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 중심을 경기회복으로 잡은 바 있다. 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하반기 안정화하리라는 예측에 근거했다. 그러나 ADB는 한국의 물가 상황이 여전히 안심할 단계가 아님을 예상했다. AD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49개국 중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46개국의 성장률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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