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경북 예천에서 호우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과 관련, 채 상병과 동료들은 당초 안전문제로 도보 수색만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사단장으로부터 '물에 들어가서 수색하라'는 무리한 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권센터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채 상병 소속 대대 장병들의 제보, 진술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게시됐던 채 상병 소속 중대의 대민지원 운영 카카오톡 대화방 전체 내용도 확보하여 이날 공개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18일 고 채 상병의 대대 첫 임무 투입 당시 사고가 발생한 포7대대는 사고 원인이 된 '수중수색'을 진행하지 않았다. 당초 이들은 습지를 수색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임무수행 중 비가 내리자 현장 지휘관들은 안전문제를 고려해 도로변에서 일렬로 걸으며 하천을 탐색하는 도보수색으로 임무를 변경했다. 그러나 해당 임무 종료 이후 철수 중 사단장 지시사항이 카카오톡을 통해 전파됐고, 해당 지시사항에는 '물에 들어가라'는 취지의 지시가 포함됐다.
전파된 메시지를 살펴보면, 18일 오후 4시 43분경 전파된 사단장 지시사항 메시지에서 사단장은 안전문제로 인해 현장 지휘관들이 선택한 '일렬 도보 수색 방식'을 "비효율적"이라고 질책하고 "1열로 비효율적으로 하는 부대장이 없도록 바둑판식 수색정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특히 사단장은 고 채 상병이 소속된 사고 발생 부대인 "포병 부대가 특히 비효율적"이라고 특정하기도 했다. 사단장은 같은 날 오후 6시 11분경 전파된 지시사항에서는 "바둑판식으로 무릎 아래까지 (물로)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전달했다. 이어 오후 9시 40분경 다시 전파된 메시지에서도 "육군이 지난주 도보정찰 위주 실시하였으나 못 발견한 것을 우리가 발견함에 의미 및 사례분석 교육"이라며 '무릎아래까지 들어가서' 탐색하라는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김 사무국장은 "당일 일렬로 작업한 것은 비가 와서 습지대, 물가에서 작업을 하는 게 위험하다고 (현장 지휘부가) 판단했기 때문인데, (사단장 측에서) 이를 두고 비효율적이라 질책한 것"이라며 "(사단장은) 현장의 상황과 괴리되었을 뿐 아니라 장병 안전에 관심이 없고 외부에 비치는 모습에만 집중했다"라고 지적했다.
사단장 지시사항이 전파된 직후 오후 9시 49분경에는 현장 지휘부인 '11대대장 및 7대대장의 지시사항'이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됐다. 해당 메시지를 보면 이들은 "안전이 최우선 과도한 수색 X"라고 명시하면서도 "허리 아래쪽까지는 허용"이라고 앞서 전파된 '사단장 지시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대대장의 강조사항은 주로 안전과 관련된 염려와 내용이었다"면서도 "물속에는 들어가라는 내용 등 대대장 지시 사항에 사단장 질책 사항이 모두 반영된 것"이라며 "해당 대대에서 전 날과 달리 물 속에 대원들을 투입 시킨 것은 명백히 사단 지시에 의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안전'을 강조하며 수중수색이 아닌 일렬 도보수색을 지시했던 대대장들의 지시사항이 사단장의 질책으로 인해 변경된 것이라는 게 김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윗선의 지시사항을 카카오톡 대화방에 전달한 중대장은 대대장 지시사항 전파에 이어 카톡방에 오후 9시 50분 '내일 7대대 총원 허리까지 강물 들어갑니다', 오후 9시 54분 '휴대폰 침수 조십합시다'라며 물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전까지는 물에 들어갈 계획이 없었다가 사단 지시로 사고일인 19일부터 물에 들어가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무리한 수중수색'을 지시하면서도 그에 따른 안전대책은 세워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드러났다. 같은 날 오후 9시 54분 중대장은 다음 날(19일) 복장 지침이 담긴 사진파일을 대화방에 전달했는데, 여기엔 '체육복 상의, 전투복 하의 위에 우의나 판초우의를 걸치고 장화를 신는' 복장지침만 포함돼있을 뿐 구명조끼 등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김 사무국장은 "맥락 상 (장병들에게) 우의를 입히는 것은 18일처럼 비가 와도 철수하거나 도로변을 일렬로 걷지 말고 천변, 수중에서 수색 작업을 하라는 뜻이고, 장화를 신기는 것은 물속에 들어갈 준비를 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물에 들어가는데 우의와 장화를 신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명조끼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물론, 전파된 복장규정 자체도 수중수색엔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던 간부들로부터 복장 변경에 대한 건의가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던 한 간부는 복장지침을 전달 받은 직후 오후 9시 57분경 "안전 재난수칙에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라며 "물이 장화에 들어가면 보행할 수가 없습니다. 참고하십시오"라는 메시지를 카톡방에 남겼다. 중대장 또한 "건의하겠다", "우려되는 게 많아 (사단 회의에) 이야기하고 오겠다"라고 답변을 남긴 뒤 같은 날 오후 10시 16분경 "물가에 가게 될 경우 전투화로 변경 요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황상 현장 지휘관들로부터는 '수중수색 시 장화를 신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건의가 상부로 전달된 것이지만, 사고 당일인 19일 오전 5시 32분 대화방에 전파된 최종 복장은 '장화, 우의, 공격배낭, 정찰모, 갈퀴'로 확정됐다. 결국 현장 간부들의 우려 섞인 건의사항이 묵살된 셈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대대장, 중대장 등 중간 지휘간부는 18일 밤부터 19일 오전에 이르기까지 수중수색 안전 문제를 염려한 정황이 확인된다"라며 "물에 들어가도라도 얕은 곳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거나, 장화 착용의 위험성을 건의하는 등 사단장이 질책을 하고 연달아 사단 지휘부에서 수중수색을 지시한 상황에서 권한 범위 안에서의 노력을 해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럼에도 해병1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국방부장관이 결재까지 한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가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폐기, 번복되고 경찰에 넘겨진 수사기록이 회수되고, 정당한 수사를 진행한 수사단장 등이 항명죄로 입건되어 수사를 받는 처지에 이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까닭에 강한 의구심을 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지난 7월 31일 해병대는 당일 오후 2시 고 채 상병 사건 관련 조사 결과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1시간 앞둔 오후 1시 돌연 이를 취소했다. 이후 경찰에 이첩하려던 자료도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중단시켰다. 이후 2일 해병대 수사단은 조사를 통해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모두 혐의를 적시해야 한다며 경북 경찰청에 조사 자료를 제출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이를 바로 회수했다.
군이 갑작스럽게 조사보고서를 회수하고 수사단장을 입건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자, 언론 등에선 국방부보다 '윗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 소장은 "지금 군에선 (사단장이 아니라) 대대장이 보직해임이 된 상황이다.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위험성을 건의한 간부들에게는 (보직해임이) 집행되고, (임무지시에 따른 과실치사 등) 범죄혐의가 있는 사단 지휘관들은 부대를 장악하고 인사권을 지니고 있는 상황"이라며 "굉장히 비상식적인 상황"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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