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는 전날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인 현행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을 '권리당원 70%, 여론조사 30%'로 변경하는 것을 혁신안으로 제안했다. 그 명분으로는 '250만 권리당원 정당에 맞는 당 조직과 문화 확립'을 들었다. (☞관련기사 : 김은경 혁신위, '대의원 투표 없애자' 제안 남기고 조기 퇴장)
그런데 '당비를 내는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라는 당내 경선 룰의 '원조'는 사실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그 전신인 옛 한나라당 시절인 2011년 7.4 전당대회부터 '책임당원 선거인단 70% : 일반 여론조사 30%'라는 경선 룰을 채택해 지난 2021년 전당대회까지 유지해 왔다. '당비를 내는 당원'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선 '권리당원'이라고 부르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선 '책임당원'이라고 부른다는 차이점만 빼면 김은경 혁신위 안과 완전히 똑같은 룰이다. 특히 당비를 내는 당원 1표의 가치를 기존 전당대회 대의원 1표의 가치와 똑같게 만드는 것이 '김은경 혁신안'의 핵심인데, 이는 심지어 지난 2003년 한나라당 쇄신 작업의 일환으로 채택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2003년 4월, 당시까지 수천 명에서 1만 명 선의 대의원 현장투표로 이뤄지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23만 당원 직접투표'로 바꿨다. 이 룰을 처음 채택한 2003년 6.26 전당대회에서는 '최틀러'로 불린 강경보수 성향 최병렬 대표가 선출됐다. 즉 국민의힘에서는 이미 20년 전에 '김은경 혁신안'과 같은 취지의 개편이 이뤄졌고, 2011년부터 10년간은 '당원 1인 1표 선거인단 70 : 여론조사 30'이라는 '김은경 혁신안'과 완전히 똑같은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다는 얘기다. 나아가 지난해 12월 당헌 개정에서는 이 '70:30'룰이 '당원 100%'로까지 변경됐다. 김 대표가 선출된 올해 3.8 전당대회가 열리기 약 3개월 전이었다. 정진석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당대회 룰 변경의 취지에 대해 "100만 책임당원 시대에 걸맞은 정당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 뒤 처음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비윤 주자' 유승민 전 의원을 솎아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민주당 혁신위의 '대의원 투표 무력화'나 올해 초 국민의힘 비대위의 '당원 100%' 룰 변경은 결국 '당원 선택권의 강화'라는 명분에서나, 그 효과에서나 판박이인 셈이다. 민주당 양소영 대학생위원장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김은경 혁신안 찬성 취지로)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것은 왜 우리는 못 하냐. 국민의힘은 이미 했는데'라고 했는데, 저는 사실 정 최고위원이 언제부터 국민의힘 제도를 옹호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의힘은 지금 책임당원 100%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에 대해서 폐해가 분명히 발생했다. 최고 득표를 한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원권 정지 9개월 나왔고, 또 다른 최고위원(이었던) 태영호 의원은 최고위원직을 상실했다.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강화시킨 결과인 지금의 국민의힘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나가는 것이 어떻게 혁신이 될 수 있느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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