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이달 말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를 방류할 것으로 보인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일본이 한국 등 주변국의 우려를 무시하고 방류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방류 시기를 최종 판단할 단계라며 원전을 시찰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기시다 총리가 미국에서 취재진과 만나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오염수)를 기준 이하 농도로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는 계획을 두고 폐로를 착실히 추진"하겠다며 "후쿠시마의 부흥을 이루기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방류가) 어업에 미치는 영향을 가능한 한 억제하는 관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판단할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히기도 했다. 방송에 따르면 그는 "만전의 대책을 수립했고 현장 관계자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지, 도쿄전력의 최고 간부가 폐로와 (후쿠시마) 부흥에 강한 각오로 임하고 있는지 정부 책임자로서 확인하는 동시에 직접 생각을 전하고 싶다며 20일 원전을 시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도 어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있는 만큼, 기시다 총리는 이들에 대한 설득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방송은 기시다 총리가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면담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며, 이르면 21일 면담하는 방향을 타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방송은 "(방류와) 관계된 각료회의를 열어 되도록 빨리 처리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의 이같은 방침은 18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실한 미국의 지지를 얻으면서 공식화된 것으로 보인다. 방송은 당시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를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는 계획에 미국이 지지와 이해를 표명한 데 사의를 전했다"고 밝혔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 방식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정상회담 전인 16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 위치한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주최한 대담에 참석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해 3국(한미일) 모두 논의가 있어 왔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조사 결과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했고, 이것이 3국 모두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이달 말에 후쿠시마로 저녁을 먹으러 갈 예정"이라며 오염수 방류 계획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했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 사실상 오염수 방류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이번 한미일, 한일 정상회의에서 오염수 문제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는 미국과 일본의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제기 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한미일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문제가 회의 의제가 되지 않았다며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다만 IAEA의 점검과 계획대로 처리되는지는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투명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지만, 실제 일본과 미국이 한목소리로 일본의 오염수 처리 방식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다른 입장을 내기가 곤란해진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위와 같은 발언은 국내 여론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오염수 사안처럼 향후 한국의 국익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까지 미국과 일본의 의사대로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의 안보협력이 강화됐지만, 국제 역학 관계를 고려했을 때 한국이 미국, 일본과 동등한 지위가 아닌 이들의 하위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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