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의 8월 체감 경기가 근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반기 한국 경제가 반등하리라던 기대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자료를 보면, 이달 제조업 BSI는 전월 대비 5포인트 하락한 67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2월(63) 이후 최근 6개월 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 한국 경제가 심각한 무역 적자로 인해 흔들리던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현재 제조업 체감 경기 수준이 그만큼 나쁘다는 뜻이다. 제조업 부문을 업종별로 나눠보면 인쇄·기록매체복제 업종 BSI가 전월 67에서 8월 58로 크게 떨어졌고, 화학물질·제품도 67에서 59로 급락했다. 비금속광물 BSI가 74에서 65로 9포인트 하락했고 1차 금속은 65에서 12포인트 추락한 53에 머물렀다. 전자·영상·통신장비 등 BSI는 한달새 8포인트 하락해 72에서 64가 됐다. 최근 한국 수출 실적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자동차 역시 103에서 91로 급락했다. 기업 규모별로 제조업 BSI를 나눠 보면 대기업(-2포인트), 중소기업(-8포인트) 동반 하락했다. 사업형태별로도 수출기업(-4포인트), 내수기업(-5포인트) 동반 추락했다. 비제조업 BSI는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한 75였다. 업종별로 나눠 보면 전기·가스·증기가 88에서 86으로 소폭 하락했고 건설업은 68에서 65로 떨어졌다. 숙박업은 91에서 83으로 하락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총괄한 전산업 BSI는 전월 대비 3포인트 떨어진 71이었다. 3개월 연속 하락세다. 기업체들의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은 당초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를 이룰 것이라던 정부 입장과 대치된다. 최근 들어 한국 무역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자 정부와 한은 등 당국은 '불황형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기업의 체감 경기 수준은 그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불황형 흑자'라는 언론들의 지적에 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불황형이라면 물량이 줄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물량이 상승세"이니 "앞으로 우리 무역수지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추 부총리는 "올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2배 정도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게 모든 기관의 대체적인 추세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BSI(Business Survey Index)는 한은이 매월 기업들의 경기 동향과 전망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가의 판단 수준을 조사해 지수화한 지표다. 이달 BSI 조사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제조업체 1567개, 비제조업체 1087개 등 총 2654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BSI가 100을 넘으면 기업들이 현재 경기에 긍정 응답을 한 업체가 부정 응답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며 100을 밑도는 것은 반대다. 다만 한은의 BSI는 대체로 100을 항상 밑돈다. 제조업의 경우 장기평균은 80선 수준이다. 때문에 80을 넘느냐 밑도느냐가 업체들의 심리를 더 잘 보여준다. 한은 제조업 BSI는 2021년경부터 지난해 초까지는 80을 크게 웃돌았으나 이후로 급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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