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긴축재정 기조를 반영해 총지출 656조9000억 원 규모로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며 "우리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채무가 400조 원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돌파했다"며 "대외신인도를 지키고 물가안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건전재정 기조를 착실히 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예산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렇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는 미래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기업활동과 민생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총지출을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8% 증가한 수준"이라며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히 삭감했고, 총 23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재원 지출 계획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생계급여 지급액 21만 3000원 인상 △어르신 일자리 103만 개로 확대 등을 언급하며 "자유와 번영의 토대를 일군 어르신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장애 정도가 극심한 2300여 명의 발달 장애인에게 1:1 전담 돌봄서비스 제공 △한부모 가족 3만2000명에게 양육비 추가 지원 △다문화가정 자녀 6만 명에게 교육활동비 신규 지원 △자립준비청년 수당 4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인상 △기초 차상위 가구 모든 자녀 대상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청년우대 교통카드인 K-Pass 도입 등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최근 '묻지마 범죄'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찰 조직을 철저하게 치안 중심으로 구조 개편하고 예산 배정도 조정하겠다"며 "모든 현장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고, 101개 기동대에 흉기 대응 장비를 신규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상황별 대응 제압 훈련, VR장비 등 모의 훈련시스템을 도입해, 긴박한 상황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치안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는 보 해체에만 집중하고 하천 준설과 정비에는 소홀해 홍수 피해가 더욱 가중됐다"며 4대강 사업의 부활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국가 홍수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는데 6조3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며 "국민의 안전과 치수를 위해 하천 준설과 정비를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군 장병과 초급간부 후생과 관련해선 "장교와 부사관의 복무장려금을 2022년 각각 600만 원, 500만 원에서 내년에는 1200만 원과 1000만 원으로 2배 인상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미 약속드린 대로 내년도 병 봉급을 35만 원을 추가 지급해 2025년까지 '병 봉급 200만 원'을 달성하겠다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보훈 예산으로는 "국가에 헌신하신 영웅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라며 "보훈 보상금을 2년 연속으로 5% 수준 인상하겠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응해 우리 해역과 수산물에 대한 안전감시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하고, 국산 수산물을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총 74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역할과 기여도 확대해야 한다"면서 "우리 경제 위상에 걸맞게 ODA 규모를 올해보다 2조 원 확대한 6조 5000억 원 수준으로 편성했다"고 했다. 아울러 첨단분야 육성 일환으로 "AI, 바이오, 사이버 보안,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 4개 분야에 4조 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저출산 대책으로는 "내년부터 고위험 산모와 미숙아는 소득과 무관하게 의료비를 지원받게 된다"며 "아이를 원하는 부부 8만 2000 쌍에게도 임신 가능성을 검사하는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부모급여를 만 0세 기준 7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확대하고, 신생아 출산 시에 지급되는 바우처 규모를 둘째부터는 2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또한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18개월 미만 영아에 대해 부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450만 원까지 인상하여 지급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와 관련해 국가재정법, 채용절차법, 교원지위법, 노동조합법, 우주항공청법 등을 언급하며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하는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와 민생을 챙기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제출된 200여 건의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민생과 미래 먹거리를 다루는 주요 법안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를 갖고 총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내각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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