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민생 제일' 기조를 내세우며 '대여(對與) 투쟁'에 매진하기로 했다. 9월 정기국회 대응 방안과 내년 총선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계파 간 비방은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일부 비명(非이재명)계 의원이 취임 1년을 맞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인당수에 뛰어든 심청이처럼 희생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친명계에선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충돌 양상도 나타났다. 이 대표는 29일 오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에서 1박2일에 걸친 워크숍의 마무리발언으로 "우리 168분의 국회의원 전원이 똘똘 뭉쳐서 함께 나아간다면 어떤 시련과 역경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서 서로의 당에 대한 고민을 깊이 이해하고 서로 깨닫는 좋은 계기였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국가의 대의를 걱정하는, 그리고 개척해 나가는 유능한 민주당, 강한 민주당을 함께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결의문을 발표하고 "민주당이 퇴행의 시대를 끝내겠다"며 "대안 제시와 성과 있는 정치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로부터 주권 지키기 △사회 불안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지키기 △윤석열 정권 권력사유화와 권력형 게이트 진상규명(1특검 4국조) △민생경제회복 패키지법 입법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해양 투기 비상행동을 위한 특별 결의문도 채택해 "정부와 국민의힘의 반대에 상관없이 국민과 함께 특별안전조치 4법부터 즉각적으로 처리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민생 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방송법 등을 포함한 핵심 법안 119개를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 가운데 '민생채움 7대 입법 과제'를 내놓았다. 7대 입법 과제는 △폭염 노동자 보호법 △혁신성장 지원법 △교권보호법 △민생경제회복 패키지법 △중소기업투자 활성화법 △벤처기업 육성법 △영세 건설사업자 보호법 등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같은 방향성에 대해 큰 틀에선 공감하면서도, 2030 세대나 지방 유권자를 겨냥한 전략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총선 대비 차원에서 현재 여론 지형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비공개 발제를 맡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중도층 전략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워크숍 도중 기자들과 만나 "중도에 대한 전략과 지지층에 대한 전략을 별도로 선택적으로 해야하는 건 아니고, 원래 지지층과 이탈한 스윙보터 내지 중도층을 하나로 묶을 수 잇는 연합전략이 필요하다"며 발제 내용을 설명했다.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추이를 분석하면 중도층의 민심 이반이 객관적 수치로 기록되고 있지만 민주당에 대한 국민 인식은 우호적이지 않고 오히려 냉정하다"며 "민주당이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는 미흡하고, 비리 의혹으로 민주당 이미지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위원장은 아울러 총선을 앞두고 막말, 설화 논란에 휩쓸리지 않도록 신중한 언행을 강조하며 내부 입단속에도 나섰다. 김 원내대변인은 "앞으로 돈봉투 사건이 재발할 경우, 관련자의 당선을 취소하겠다고 미리 선언한다든지, 당내 선거에서 지역위원장 및 대의원의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당 차원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날 저녁까지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단연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대응 방안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지난번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취지(불체포특권 포기)대로 추가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다른 분은 검찰이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당 대표 개인에 대한 수사라기보다는 우리 당에 대한 정치적인 시도로 보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친이낙연계인 설훈 의원은 심청전을 언급하며 이 대표의 '희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청이가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뛰어들었듯이 이 대표도 당을 위해 희생해야 산다는 취지로, 사실상 이 대표를 향해 대표직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친명계인 양경숙 의원은 "당이 똘똘 뭉쳐야 한다"면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의원들이 결정할 게 아니라 중앙위원회와 당원 투표 등을 통해 당론으로 부결해야 한다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대와 달리 워크숍에서 혁신안 토론은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난 의원총회 때 의견이 많이 나와서 더 이상 여기서 얘기하는 게 별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다"며 "혁신안 반영을 위한 당헌·당규 수정은 여기서 얘기할 건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워크숍 도중 기자들과 만난 한 의원은 "혁신안은 지금 어느 정도 당 내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진 듯하다"며 "시기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워크숍 분위기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워크숍 자리에서만 전면전을 피했을뿐 장외에서는 설전을 이어갔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2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워크숍을 하는 자리에서 또 얘기하는 게 이렇게 쉽지는 않다"면서 "지금 정기국회 워크숍을 하고자 하는 데 집중하는데 재 뿌리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저는 말씀드리는 걸 좀 삼갔다"고 했다. 친명계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기자들이 생각하는 분란과 분쟁 이런 거의 '비읍' 자도 없다"면서 "그런 거로 싸우기에는 시국이 너무 엄중하고 그래서 기자들한테 '제가 쓸거리가 없어서 어떻게 하냐' (하고) 제가 위로를 하고 왔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이 대표 사법리스크,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에 있어선 대립각을 보였다. 정 의원은 "죄도 없는데 잡아가려고 하는 것을 방탄으로 도식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그래서 저는 이런 무도한 검찰의 폭압 앞에서는 저는 민주당이 똘똘 뭉쳐서 저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된다"고 했다. 또 이 대표 체제 1년에 대해선 '수적천석(水滴图片穿石; 풀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낸다는 뜻)'에 비유하며 "저희는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심정으로 뚜벅뚜벅 우리의 길을 간다"고 했다. 반면 이 의원은 "체포동의안, 불체포 특권 문제는 이미 국민들께 여러 차례 당도 이재명 대표 본인도 약속을 한 사안"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한마디 하면 끝나는 일인데 그거를 자꾸 거부를 한다는 등 또는 이재명 대표로 하여금 다시 그걸 지키겠다는 약속을 국민들에게 하라는 둥 이렇게 하게 되면 참 모양이 구차스럽다"며 친명계를 저격했다. 이어 전날 워크숍에서 설 의원이 꺼낸 '심청론'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적으로 당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본인뿐만 아니라 당에도 매우 큰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사퇴라든가 또는 지금까지 약속한 불체포 특권을 실제로 행동으로도 보이고 이런 것들 또는 당의 소위 개딸들, 일그러진 팬덤을 바로잡는 어떤 그러한 조치들, 이런 것들이 좀 과단성 있게 쾌도난마처럼 있어야 된다라는 취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대표는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검찰이 9월 4일 출석을 요구했는데 응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검찰 출석 일정과 관련해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 본회의없는 11일 출석하면 좋겠다고 검찰에 통보했다"면서 "검찰은 9월 4일 이야기한 것이니 이재명 대표와 검찰 조사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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