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조법 2조, 3조 개정안은 현재 협소하게 정의되어 있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현실에 맞게끔 넓히고, 진짜 사장인 원청의 교섭 의무를 지웁니다.(2조) 더불어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손해배상청구를 금지(3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하지만 지난 8월 21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노조법 2조, 3조 개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조합은 고용과 임금을 넘어 산재 은폐를 막고, 안전보건 조치를 요구하며, 예방과 보상 측면에서 노동환경 개선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노동안전보건 활동 사례를 통해 노조법 2조, 3조 개정의 의미와 필요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2022년 6월 19일 금속노조 한국타이어 지회장은 2020년에 이미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트럭 타이어를 만드는 LTR성형기에서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상황을 발견하고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다. 한국타이어 자본은 노동자 목숨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지회장과 간부에게 9000만 원이라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되어있는 작업중지권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일터에서 꼭 필요한 권리다. 위험한 상황 때문에 작업 중지를 했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행위는 노동자의 생명을 사용자의 이익에만 도움을 주는 한낱 '기계 부품'으로 취급하는 행위다. 한국타이어처럼 노동조합의 대표가 작업중지를 시켰다는 이유로 해당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회사와 사회에 던질 수밖에 없다.예견된 사고였다
정기 감독기간이었던 2020년 11월 18일 오후3시20∼30분경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LTR 103호기 작업 중 회전체에 신체가 말려들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성형공정의 설비들은 회전체가 밀폐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고 있었고, 방호조치 대신 안전 센서를 설치해 놓았지만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작업자가 설비 인근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멈춰야 하지만, 당시 103호기 설비는 재해자가 기계에 말려 들어가는 협착사고가 발생을 했음에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중대재해로 이어졌다. 해당 설비 라인은 14대가 있고, 성형공정 전체에는 88대의 동일 유사설비가 있어 유사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우려가 컸다. 지회는 공장에서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크게 높은 노동강도, 안전보건 교육 미이행, 형식적인 노동부 감독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국타이어 단체협약 제41조 안전관리 위반 작업거부에 따르면 “사원은 회사의 규정으로 정한 안전관리 사항에 위반되는 작업 지시를 거부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현장에서의 상황은 말로는 안전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생산을 강요할 뿐이었다.노동자가 작업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결국 2022년 6월 19일, 2020년에 사망사고가 발생한 동일 설비에서 회전체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작업중지권을 발동했다. 원인은 해당 설비 회전체의 포토센서 감지가 되었음에도 드럼이 회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가류기의 중대한 문제점을 발견해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다. 위험이 상당했다. 가류기 통로에 누수가 발생하여 작업자가 통로 이동 시 전도가 될 수 있으며 전선 배관 쪽으로 물이 유입되어 감전 위험이 충분했다. 또한 가류기 본체 곳곳에 안전 방호조치가 허술하게 되어 있어 몰드 교체 시 추락 위험도 있었다. 그동안 지회는 한국타이어 자본에 사후적 조치보다 사전에 위험 요소를 발굴하고, 예방할 것을 오랫동안 요구해왔다. 하지만 회사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묵살하면서 오로지 생산성에만 집중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2020년 사망사고 특별근로감독 당시 사고 원인 중 하나였던 센서 미설치, 미작동에 대한 개선으로 각 성형기 에어리어 센서를 설치했다. 그러나 회사는 노동부의 시정지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강도를 더 높이기 위해 센서 위치를 변경하면서 작업자가 회전체에 근접해도 설비가 중지되지 않는 상황을 방치했다. 이렇듯 감독 당시에만 잠깐 안전설비를 개선했을 뿐이다. 감독이 끝나면 생산 중심으로 돌아가, 노동자의 안전은 무방비 상태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회사 역시 노동자의 생명을 등한시 하는 경영하는 상황이 동시에 반복되면서 위험은 상시 노출이 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요구한다. 일터에서 노동자가 다치거나 아프거나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법을 강화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노동3권에 명시된 단체교섭권에 따르면 노동자가 노동조건을 유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다. 노동자가 다치고, 아프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으로부터 벗어 나고자 스스로 작업을 중지 시켰다는 그 이유만으로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반드시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통해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가 보장 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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