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국방부의 육군사관학교 교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계획에 힘을 실으며, 특히 홍범도 장군이 남로당 가입 전력이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데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홍 장군의 공산당 이력에 관한 사료가 불충분해 학계에서도 이견이 분분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전향'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홍 장군에게는 '공산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홍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육사라는 특수한 기관에서 생도들이 매일 경례를 하면서 롤모델로 삼아야 될 분을 찾는 기준으로 봤을 때 (홍 장군 흉상이) 잘 맞겠느냐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조 실장은 "(홍 장군의) 독립운동의 공적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홍 장군의 전체 삶이 아니고 후반부의 삶, 즉 소련 공산당 당원으로서 자유시 참변 이후의 삶이 잘 맞겠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조 실장은 홍 장군 흉상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3월에 설치된 것과 관련해 "흉상을 세우기 전에 이런 부분들이 다 걸러져서 의견 수렴이 됐으면 좋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홍 장군 관련 문제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대통령실의 발표와는 달리, 조 실장은 "윤 대통령이 '어떻게 하자고 하지는 않겠다. 다만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이력에 관한 의견을 물었으며, 이에 입각해 갑작스런 흉상 이전 계획이 추진됐음을 인정한 셈이다. 조 실장은 "안보실은 어떤 방침을 가진 것은 아니다"며 "국방부 장관이 주도해 결정 내릴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로당 가입 이력과의 형평성을 따졌다. 유정주 의원은 "남로당 가입과 반란 기도를 한 박 전 대통령이 '내 생명 조국을 위해'라고 쓴 호국비가 육사에 있는 건 온당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박 전 대통령하고 비교하는 건 좀 그렇다"며 "박 전 대통령은 나중에 우리 국군으로 오신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향한 것과 끝까지 그렇게 가신 분하고는 다르다"고 했다. 조태용 실장도 "박 전 대통령이 공산당원(남로당원)이었던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20년 이상 노력했고 우리나라를 빈곤의 수렁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뤄내는 데 가장 큰 공이 있으니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지 않겠나"고 했다. 임종득 안보실 2차장은 홍 장군 흉상 이전이 육사에 긍정적인 영향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도 예산결산특위 답에서 "육사 정체성이나 생도 교육에 부합하도록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타당하다고 본다"며 "이 과정에서 반드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우리 헌법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조 실장은 "안보실 임무는 대통령의 국정 전체를 보좌하는 것이지, 특정 사안의 수사 과정 디테일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도 그런 디테일을 파악할 만큼 한가하신 분은 아니"라고 했다. 조 실장은 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이 문제로 전화 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언론 브리핑 자료만 입수해서 봤고, 고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수사 결과 보고서는 본 적이 없고 갖고 있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서도 "처음 들었다"며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게 맞다"고 거리를 뒀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도 예결특위에서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이 보고됐느냐는 질의에 "보고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박 전 수사단장이 국방부 검찰단에 '대통령이 회의에서 수사결과를 전해 듣고 격노해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했다'는 내용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들었다고 한 진술서를 부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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