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와 관련하여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공청회 보고서에서 전면 배제됨에 따라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재정계산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주장하다가 재정계산위원회에서의 부당한 처사로 인해 다른 한 위원과 함께 재정계산위원에서 사퇴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재정계산위원으로 있었던 오건호 박사가 지난 9월 1일 <프레시안>에 "언제까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갇혀 있을 것인가"라는 제하의 글을 실었는데 이에 대한 반론을 펼친다. 필자
연금삼총사(?), 그럴 듯하지만 그럴 듯하지 않은 이야기
오건호 박사는 '연금삼총사'를 거론하면서 국민연금 외에 기초연금과 퇴직연금도 함께 고려하자고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퇴직급여) 세 가지가 있으니 듣기에는 그럴 듯하다. 하지만 세 가지가 제 역할을 하게 만들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오 박사는 최근의 노인빈곤율 하락에 기초연금이 일등공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증연구에 의하면 노인빈곤율 하락에 기초연금의 역할도 있지만 국민연금의 역할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소득분배 변화와 원인 분석 연구(2022),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또 최근의 노인빈곤율 하락에는 코로나 지원금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요컨대 노인빈곤율 감소가 순전히 기초연금 때문이라고 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오 박사는 앞으로 기초연금을 저소득노인에게 더 많이 주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노인빈곤 개선에 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초연금을 저소득노인에게 표적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면 공공부조의 성격이 더 강화되고, 어쩔 수 없이 권리성이 약화된다. 이미 권리적 성격이 강한 국민연금이 계속 성숙해가고 있고 그것으로 노인빈곤 예방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는데 그것을 놔두고 왜 자꾸 기초연금을 저소득노인에게로 제한된 공공부조화하고서 그것을 가지고 노인빈곤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게다가 기초연금을 공공부조화하고 그것으로 빈곤을 감소시킬 정도가 되려면 기초연금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금액이 제법 커야 한다. 그런데 오 박사는 2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그나마 제대로 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의 급여는 한 푼도 올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대로라면 특히 서민들의 경우 '기여 방식의 국민연금 급여수준'과 '기여하지 않고서도 급여를 받는 기초연금의 급여수준' 간 차이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내가 20년 이상씩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야 하는가'라고 묻지 않겠는가? 물론 국민연금은 의무가입이므로 가입은 하겠지만, 순응도는 떨어질 것이고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마음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를 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퇴직연금에 관한 주장도 마찬가지로 무리한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무화된 제도는 퇴직급여제도이며 여전히 퇴직금과 퇴직연금 중 선택이 가능하다. 이렇게 퇴직연금과 퇴직금 중 선택이 가능하게 한 것은 퇴직금이 그만큼 오래되었고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50대 초반 정도면 젊은 시절 입직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기 마련이다. 이때 퇴직금이 매우 중요한 생계의 원천이다. 이렇기 때문에 퇴직연금도 대부분 중도해지하고 이를 연금형태로 받아가는 비율은 계좌기준으로 3% 가량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렇게 연금형태로 받아가는 경우에도 이는 퇴직시점부터 국민연금 수급개시 중간을 보충하는 가교연금의 역할을 한다. 또 현재 퇴직연금에는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이 없어 장애와 사망에 대한 보장기능이 없다. 따라서 퇴직급여제도는 사실상 노후보장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노후보장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시장과 기업운영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국민연금의 수급개시연령 연장으로 계속 커져가는 소득공백을 메울 실효적 방안을 이번 재정계산위원회도 내놓지 못한 마당에 연금형태 수령이 계좌기준 3%에 불과한 퇴직연금이 마치 금방이라도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보장기능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이다. 우리나라에 국민연금 외에도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문제는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이다. 오 박사는 연금삼총사를 주장하지만, 그 중 기초연금은 공공부조화하여 축소시키고 국민연금은 급여수준을 현 수준에 묶어두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고 언제가 될지 알 수도 없는 퇴직연금의 노후보장기능에 의존하자고 한다. 또 국민연금이 저소득취업자들에게 안정적인 노후보장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그래서 기초연금이 도입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소득취업자들을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여 그들을 권리성이 강한 국민연금에 가입시킬 생각은 왜 하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은 보장성강화론이 끊임없이 주장해왔던 바이며 여기에 오 박사도 동의하는 바가 아닌가? 퇴직연금의 노후보장기능 강화는 필요하지만 가능할지 불확실성이 아직은 크고, 그것이 이루어질 장기(長期)에 우리는 모두 죽는다. 연금삼총사, 즉 다층연금체계를 꿈꾸더라도 중심이 있어야 한다. 그 중심은 현재 성숙을 향해가고 있는 국민연금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기초연금을 공공부조화하는 것에 그리 찬성하지는 않지만, 그런 공공부조화한 비기여방식의 기초연금의 급여가 빈곤완화에 효과를 낼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려면 기여방식의 국민연금이 적절한 급여수준을 보장해줘야 하고 또 그래야 언젠가는 노후보장기능을 하게 될 퇴직연금도 적절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언제까지 소득대체율 '하락 방치'에 갇혀 있을 것인가?
오 박사는 보장성강화론 측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에만 시야가 좁게 갇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오 박사야말로 소득대체율을 한 푼도 못 올린다는 데 시야가 갇혀 있다. 오 박사가 말하는 크레딧과 보험료 지원은 보장성강화론 측이 진작부터 주장해왔던 바이다. 먼저 이 점에 있어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오 박사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근거로 '국민연금의 급여가 낮은 것은 짧은 실질 가입기간 때문이지 낮은 소득대체율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때문에 보험료지원이나 크레딧 등의 강화를 통한 이른바 실질소득대체율 상승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2021년도 OECD 보고서에서 발표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32.1%가 OECD 평균 42.2%보다 왜 낮은지를 보장성강화론 측이 객관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보장성강화론 측은 OECD 보고서를 근거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왜 낮은지를 이미 설명했고(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이슈페이퍼, 2023 ①,②) 관련 학술논문도 냈으며(한국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의 진실과 연금개혁의 방향, 동향과 전망 2023년 여름호) 오 박사와 이 사안으로 몇 차례 토론도 했다. 오 박사가 필자의 설명을 잘못 이해했거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뿐이다. 오 박사는 국민연금의 지급률이 1%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오류다. OECD 보고서를 가지고 말하려면 OECD의 기준에 맞게 말해야 한다. 평균임금 가입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지급률은 0.82이다(=0.31(A급여)+0.51(B급여)). OECD 평균은 0.96이다. 즉 국민연금의 지급률은 OECD보다 낮다. 저임금가입자의 지급률은 국민연금이 1.13이며 OECD 평균은 1.26이다. 오 박사가 말하는 지급률 '1'은 국민연금 가입자들끼리 계산한 평균소득(A값)을 기준으로 할 경우의 지급률이다. 그러나 OECD에서는 전체사회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사용한다. 우리 국민연금의 A값은 이 전체사회 평균임금의 70% 정도이므로 A값 기준 지급률을 OECD와 비교하려면 OECD에 대해서도 전체사회 평균임금의 70% 수준의 소득수준을 찾아낸 다음 이 소득수준에서의 지급률을 계산하여 비교해야 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OECD 평균은 대략 1.11 가량이고 국민연금 지급률 '1'보다 높다. 오 박사는 OECD가 계산한 소득대체율과 관련하여 국민연금의 하후상박 급여구조를 거론한다. 국민연금의 급여구조가 하후상박인 것은 맞다. 하지만 OECD가 계산한 것은 1층과 2층의 공적연금을 합한 소득대체율이지 2층의 소득비례연금의 소득대체율만 계산한 것이 아니다. OECD의 다른 회원국들은 1층과 2층을 합하여 하후상박 급여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평균임금가입자 기준 소득대체율이 31.2%이지만 저임금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은 43.1%로 저임금가입자일수록 소득대체율이 높아지는 것처럼, OECD도 평균임금가입자 기준으로는 소득대체율이 42.2%이지만 저임금가입자 기준으로는 55.8%로 저임금가입자일수록 소득대체율이 높아지는 것이다.절대금액 비교는 의도적인 혼동 부추기기인가?
오 박사는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하는 또 하나의 논거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중상위가입자는 연금인상액이 30만 원 안팎이지만 저소득가입자의 인상액은 10만 원가량이라면서 역진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오 박사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OECD 국가들과 비교하는 과정에서는 국민연금의 급여가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하후상박 구조라고 말하는데,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하는 이 주장에 오면 국민연금이 역진적이라면서 정반대의 주장을 편다. 왜 그런가? 한 가지 원인은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할 때 오 박사가 급여인상을 절대금액으로 비교하는 데 있다. 하지만 절대금액 비교는 소득대체율 개념에도 맞지 않는 잘못된 비교이다. 흔히 연금급여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득대체율이라는 지표는 절대금액으로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자의 과거 소득에 비교한 비율로 표시한다. 그래서 40%니 50%니 하는 수치를 쓰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대체율 인상이 계층 간에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비교할 때도 해당 계층에 속한 사람의 소득 대비 인상액, 즉 인상률을 비교해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면 모든 소득계층에서 급여는 25% 상승한다. 물론 금액은 다르다. 하지만 이 25%의 인상분을 해당 소득계층의 소득 대비로 계산하면 고소득층은 인상률이 낮고 저소득층은 인상률이 높다. 예컨대,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면 30년 가입한 100만 원 가입자의 경우 본인소득 대비 연금인상액이 14.5%이지만 590만 원 가입자는 5.5%에 불과하다. 절대금액으로 비교하는 것은 마치 임금인상률을 10%로 타결했는데 임금의 절대액이 높은 부장은 더 많은 금액이 인상되고 임금의 절대액이 낮은 대리는 더 적은 금액이 인상되었다고 하여 이를 역진적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자 자칫 절대금액과 비율을 의도적으로 혼동시켜 대중들에게 착시를 심어주려는 시도로도 비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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