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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G20에서 바이든 바로 옆자리에 앉은 게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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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G20에서 바이든 바로 옆자리에 앉은 게 성과?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남반구' 주도 속 '왕따' 된 우크라이나
G20 정상회의가 지난 9일과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이슈는 우크라이나 문제가 다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빌미로 러시아를 비난하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이를 두고 "북반구(Global North)에 대한 남반구(Global South)의 외교적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 코가 석자인 독일과 프랑스

이런 사정에는 독일과 프랑스의 관심 저조도 한몫 했다. 러시아와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수입을 중단하면서 제 발등을 스스로 찍은 독일은 21세기 들어 가장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반(反)서방-친(親)러시아를 표방한 군사쿠데타의 연 이은 발생으로 경제적 식민지인 아프리카와의 관계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프랑스도 제 코가 석자다. "공장법 시절"의 유산인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맹신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멋모르고 우크라이나 지지 분위기를 띄웠지만, 인도와 브라질 같은 남반구 대국들이 주도한 기조인 "지정학적 의제는 다루지 않는다"는 뉴델리 G20 정상회의의 대세를 뒤집을 수 없었다.

아프리카연합의 G20가입

뉴델리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에 띠는 대목은 55개국 13억 명을 대표하는 아프리카연합(AU)이 정식으로 회원 자격을 얻은 것이다. G20에서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는 북반구의 영향력은 더욱 줄고 남반구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아메리카의 대국 브라질이 2024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탈(脫)달러화'의 옹호자인 룰라 대통령은 G20이 지속가능발전 같은 "비(非)지정학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8월 룰라 대통령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선진국 환경정책의 위선을 지적하면서 "녹색 신식민주의"(a green neocolonialism)라 일갈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갈라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옆자리에 앉아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과의 '조우'와 '대면'이 성과?

뉴델리 회의에 참가한 윤석열 대통령은 '남반구 주도'라는 G20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채 케케묵은 '한미일 동맹' 타령이나 하며 허송세월을 보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바이든과 "조우"와 "대면"을 세 번이나 했고 만찬장에서 바이든 바로 옆자리에 앉은 게 성과라고 홍보했다. 뉴델리 G20 정상회의 이모저모 가운데 개인적으로 세 가지 장면이 흥미로웠다. 첫째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회의에 참가한 여성 지도자들에게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였다. 둘째 트루도 캐나다 총리가 모디 인도 총리에게 까였다. 셋째 마하트마 간디 추모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바이든의 '못된 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못된 손'은 공공장소 성희롱의 대명사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바이든의 '못된 손'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등을 반복해서 쓰다듬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단체사진 촬영 때 카메라에 집중하지 않고 멜라니 이탈리아 수상 쪽으로 얼굴을 들이대고 치근덕거리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손을 모디 총리가 강하게 잡아당기는 장면은 한편의 코미디였다. 공식석상에서 바이든이 여성에게 비정상적으로 입을 맞추거나, 여성의 허리와 등, 심지어는 겨드랑이 근처까지 반복해서 쓰다듬는 행태는 미국 언론이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칼리스탄 독립운동'으로 까인 트루도 총리

회의가 끝난 일요일 저녁 떠나기로 되어있던 트루도 캐나다 총리가 전용기 고장으로 화요일까지도 뉴델리에 발이 묶이면서 캐나다 안팎에서 구설에 오른 사건도 흥미롭다. 칼리스탄 운동'(Khalistan movement)을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묵인해온 캐나다 정부의 태도에 모디 인도 총리가 불만을 표하면서 트루도 총리의 입장이 궁색해진 상황에서 전용기마저 고장 난 것이다. 칼리스탄 운동은 인도 종교의 하나인 시크교 일부 세력이 주도하는 분리주의 운동으로 인도 북부의 분리 독립을 목표로 한다. 중국에 신장위구르의 '동(東)투르크스탄 독립운동'이 있다면, 인도에는 '칼리스탄 독립운동'이 있다.

간디 제단에서 일본 총리와 한마디도 못 나눈 윤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는 영어를 잘 한다. 또한 "롱 롱 타임 어고(Long Long Time Ago)"를 즐겨 흥얼거리는 윤석열 대통령도 미국 의회에서 영어 연설을 할 정도의 실력자다. 이런 능력의 소유자들이 간디 제단 참배 행사에서 앞 뒤로 바로 붙어 걸어가면서도 한 마디 말을 섞지 않은 장면도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은 짝을 이뤄 서로 대화하면서 행사장을 걸어 나왔다. 그리고, 다른 지도자들이 정장 위로 차분하게 두른 인도의 전통 스카프를 굳이 양복 안으로 억지로 집어넣어 목도리처럼 두른 윤 대통령의 패션도 유난히 눈에 띠었다.

지는 북반구, 뜨는 남반구

뉴델리 G20 정상회의는 '지는 북반구와 뜨는 남반구'라는 글로벌 대세를 다시한번 확인하면서 막을 내렸다. 국제연합 헌장을 인용한 평화와 영토보전에 대한 추상적 강조 외에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전무했다. 이는 남반구 주요국들이 "미국의 대리전"이라는 사태의 본질을 간파하고 있음과, 뉴델리 G20 정상회의의 최대 패배자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임을 의미한다. 차기 G20 정상회의는 내년 11월 18일~19일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다. 의장국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탈달러화'와 '녹색 신식민주의'를 어떻게 의제로 녹여낼 지에 벌써부터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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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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