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홍범도 장군에 대해 "독립군 1500명의 씨를 말리는 주역"이었다고 발언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역사학계의 일반적 주장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신 후보자의 태도를 두고,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신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 따르면 그는 국정감사에서 "홍범도 장군이 봉오동 전투에서 공을 세웠다고 하나 그 뒤 내용은 자유시에서 거의 1500명 되는 우리 독립군의 씨가 마르는 데 주역이었다"고 국정감사에서 발언한 사실이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질문에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신 후보자는 "홍범도 장군은 당시 자유시로 집결하는 독립군 부대를 무장해제하는 편에 서서 독립군 전력의 내분에 일조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며 "자유시 참변 이후 만주지역에서의 항일 무장투쟁이 종료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의 근거가 되는 자료가 무엇이냐는 정의당 배진교 의원의 질문에 신 후보자는 "소련 측 공식자료 등 사료에 기초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이라는 답 외에 구체적 내용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의 주역이었다는 발언 근거가 무엇이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홍범도 장군이 작성한 이력서에는 자유시 참변 발생 후 소련 적군 제5군단의 조선여단 1대대장으로 임명되었고, 자유시 참변을 보고하기 위해 레닌을 만나러 간 기록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해당 기록들을 수집하고 연구한 학계의 의견은 신 후보자의 견해와는 매우 다르다. 자유시 참변에 대해 근현대사와 독립운동사를 오랜 기간 연구한 반병률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를 비롯해 다수의 학자들은 홍범도 장군이 소련의 편에 서서 독립군을 탄압했다는 신 후보자나 국방부의 주장과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장세윤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2021년 발표한 "‘독립전쟁의 영웅’ 홍범도의 귀환, 그 시사점과 과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홍범도의 '자유시사변'(1921년 6월 28일) 가담설이나 '자유시 학살' 개입설, '한국독립군 대학살', '독립군 학살 공모'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허재욱(許在旭, 흔히 허영장[許營長]으로 불림) 휘하 부대 등 홍범도 관련 독립군부대가 이 사변의 피해자라 할만 했다"며 "(자유시) 사변 당시 홍범도는 장교들과 솔밭에 모여 땅을 치며 통곡하면서 매우 안타까워했다는 기록이 전한다"고 밝혔다. 이는 윤상원 전북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지난 2010년 '러시아지역 한인의 항일무장투쟁 연구 : 1918-1922'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에도 나타나 있다. 윤 교수는 "피해자의 대부분은 허재욱의 의군부 부대원들"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이 일어났을 당시 세력 다툼을 하던 고려공산당의 양 파벌인 이르쿠츠크 파와 상하이 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항일 무장투쟁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는 분석도 공통적으로 나온다. 반병률 교수는 지난 2013년 한국근현대사연구 67집에 수록된 '홍범도장군의 항일무장투쟁과 고려인 사회'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홍범도는 사건 당시 중립을 지켰으나 참변 이후 군사지휘권으로부터 소외되었다"며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측은 항일의병장으로서의 명성이 높은 홍범도를 파쟁에 활용하였다"고 분석했다. 장세윤 수석연구원 역시 지난 1991년 <한국독립운동사연구> 5집에 수록된 '홍범도 일지를 통해 본 홍범도의 생애와 항일 무장투쟁'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다른 부대가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 반하여 홍범도가 이끈 부대는 거의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았다"며 "이는 그가 상하이파와 이르쿠츠크파의 대립 한 가운데서 엄격히 중립을 지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신 후보자가 언급한 1500명이라는 숫자에도 논란이 있다. 국방부가 지난 8월 28일 내놓은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국방부 입장'에서는 자유시 참변에 따른 사망자를 600명까지 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국방부 군사편찬위원회가 2017년 발간한 <독립군과 광복군 그리고 국군>에는 가해자 측인 고려혁명군의 주장으로 사망자가 36명이라고 기록돼 있다. 신주백 전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이 지난 2021년 <지식의 지평> 31호에 펴낸 '독립전쟁과 1921년 6월의 자유시 참변'에서도 사망자 숫자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당시 고려혁명군정의회 측이 코민테른 동양비서부에 "가해자 측은 1명 사망에 9명 부상, 사할린부대(대한의용군, 상하이 파)는 36명 사망 60명 행방불명, 무장해제 860명"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역사학자들의 연구는 고려하지 않은 채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입당 이력만을 가지고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찬성하고 있는 신 후보자는 배수량 1800톤급 손원일급 잠수함인 홍범도함의 함명 개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홍범도함 명칭 변경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질문에 "취임하게 된다면, 다양한 의견 수렴 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며 변경 여지를 열어뒀다. 홍범도함의 함병변경이 세계규범에 어긋나다는 의견이 있다는 기 의원의 지적에 신 후보자는 "미국 등 외국에서도 함명 변경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함명 변경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봤을 때 함명 변경은 나라가 없어지거나, 독재자가 나타나서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면 한국의 함명 변경은 어디에 해당되냐는 기 의원의 질문에 신 후보자는 "홍범도함 함명 변경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답을 하지 않았다. 위 두 가지 이유가 아니라면 한덕수 총리가 어떠한 이유로 함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대해 신 후보자는 "당시 발언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이력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육사 흉상 철거에 함명 변경까지 고려하며 역사에서 지워버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신 후보자는 독립군을 소탕하던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했던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는 "6.25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대한민국을 북한 공산집단의 마수로부터 구해낸 큰 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간도특설대 복무를 문제삼지 않았다. 친일 활동에 대해 관대한 신 후보자는 일본의 자위함기에 대해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위함기는 국제적으로 타국 해군기와 동일하게 해상자위대의 공식 깃발로 인정되고 있으며, 함정이 외국항 입항 시 자국기와 해군기를 게양하는 것이 전 세계 해군의 국제관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18년 일본의 해상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대해 위협적인 비행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냐는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의 질문에 대해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재발방지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범도 장군의 '과거' 행적인 공산당 입당에 대해 문제 삼고 있는 신 후보자가 일본의 과거 행위에 대해서는 별 문제를 삼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는 "우리는 일본 초계기가 위협 비행을 했고, 일본은 우리 함정이 레이다를 조사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일본이 해상초계기 위협비행을 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며,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에 공감한다. 다만, 재발방지방안을 마련하여 우리 軍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일간 위협 공조 또는 합의에 따라 자위대가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한반도에 진주해도 되냐는 설훈 의원의 질문에 신 후보자는 "외국 군대의 수용 여부에 대한 결정은 우리 고유의 주권적 사안으로 일본 자위대는 물론 어떠한 외국 군대도 우리 동의 없이는 한반도 진입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해병대 수사단장, 거짓 주장하고 있어
신 후보자는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인해 실종된 주민을 수색하던 중 사망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 이를 수사하다 보직해임 처분을 받고 국방부 검찰단으로부터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해 "일방적이고 거짓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외압 의혹이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의 질문에 "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알고 있다"며 "전 수사단장(박정훈)은 수사를 거부하며 군복을 입은 채 1인 시위, 무단 방송출연, 군인권센터 등과 연계하여 일방적 거짓 주장을 지속하였다"고 답했다. 신 후보자는 외압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가 특별검사 임명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정조사나 특검보다는 사법체계를 신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 후보자가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해 "안타깝지만 손잡고 가다가 웅덩이에 푹 빠져서 안타까운 죽음을 했다. 그런데 이게 8명이나 다 (혐의 있다고) 처리할 만큼 어마어마한 군의 과오냐"라는 발언한 것에 대해 취소할 의향이 있냐는 기동민 의원의 질문에 그는 "혐의가 명확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까지 범죄혐의자로 특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발언이 채 상병의 사망이 그저 개인의 불행에 불과하다는 의미냐는 기 의원의 지적에 신 후보자는 "그렇지 않다. 과실치사 법리적용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민간 수사기관에 즉시 이첩하여야 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참모총장 등을 경유해 지휘권 행사 및 수정지시를 내리는 것이 타당하냐는 더불어 민주당 송옥주 의원의 질문에 신 후보자는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각 군 참모총장과 국방부검찰단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으며, 군사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군사경찰의 수사 직무에 대하여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다"며 "적법하고 타당한 지시"라고 답했다. 한편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9.19 군사합의에 대해 신 후보자는 "우리 군의 군사적 취약성을 확대시킨 잘못된 합의이며, 북한이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상황으로, 폐기를 통해 북한의 위협 대응을 위한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합의 폐기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과 단거리, 중거리, ICBM 등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합의 위반이라고 보냐는 설훈 의원의 질문에 그는 "합의에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으나, '일체 상호 적대행위를 중지' 하기로 한 합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행위"라고 진단했다. 남한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신 후보자는 "우리 정부는 자체 핵보유나 전술핵 재배치 등을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준수 및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생각은 무엇이냐는 설훈 의원의 질문에 그는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의 국제정치적·경제적 파장, 군사적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현 시점에서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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