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기업이 진 부채의 합이 한국 경제 생산치 총계의 2.3배 가까이 불어났다. 사상 최대치다.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매년 가계부채가 4% 이상의 증가세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달 금융안정 상황 회의 결과 보고서를 보면, 올 2분기말 현재 한국 민간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의 합)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5.7%로 집계됐다. 가계와 기업 부채 합이 GDP의 2.26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1분기 말(223.5%)에 비해서는 1.2%포인트 증가한 수치며 이전 최대 기록이던 작년 4분기(225.6%) 대비 0.1%포인트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나눠 보면, 2분기 가계신용잔액은 1862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GDP 대비 가계신용비율은 2분기말 현재 101.7%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줄어들었으나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해 전체 신용 위험도가 올라갔다.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1.1%포인트 상승해 124.1%가 됐다.
한은은 이 같은 추세로 인해 금융불균형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지난 20여년간 주택시가총액이 명목GDP보다 빠르게 증가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명목GDP의 2배 수준에서 최근에는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며 "한국의 가계신용/명목GDP 비율(2분기 101.7%)은 선진국(1분기말 73.4%)과 신흥국(48.4%)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특히 "최근 주택가격 반등세가 나타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됐다며 "가계의 대출수요 규모를 추정해본 결과, 향후 3년간 가계부채는 정책대응이 없다면 매년 4~6% 정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금과 같이 주택 규제 완화와 대출 규제 완화를 이어갈 경우 금융권에서는 '언젠가 터질 폭탄'으로 비유하는 가계부채가 매년 명목GDP 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대출로 인한 가계의 부담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가계부문의 대출을 세부 항목으로 나눠 본 결과, 가계대출 보유 차주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2분기말 현재 300%에 달했다. 작년 4분기말 대비 34%포인트 증가했다. 가계대출 차주가 1인당 연소득의 3배가량의 빚을 진 셈이다. 대출 상황을 연령별로 나눠 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LTI가 350%로 집계돼 가장 컸다. 이는 작년 4분기말 334%에서 16%포인트 증가한 결과다. 같은 기간 중장년층 LTI는 266%에서 301%로, 청년층은 223%에서 262%로 각각 증가했다. 중장년층의 채무부담 증가치는 35%포인트였고 청년층은 39%포인트였다. 모든 연령대에서 채무부담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측된 가운데, 청년층의 채무부담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같은 원인으로 한은은 "청년층은 전세자금대출 확대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실거주용 주택구입을 늘리"면서 채무 부담이 주로 증가했고 "중장년층 이상은 개인사업자 대출 위주로 채무부담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2018년 이후 시설·운전자금 수요 증가를 비롯해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확대 노력,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상승(2분기 124.1%)"했다며 현 비율 수준은 "외환위기(113.6%) 및 글로벌 금융위기(99.6%)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이 같은 금융불균형이 확대한다면 "중장기적 금융안정 상황을 판단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재차 높아"지고 "대내외 여건이 급변한다면 위험회피 강화에 따른 디레버리징 가속화와 자산가격 급락으로 인해 소비 및 투자위축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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