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여론조작 방지 TF 시급히 구성하라"…이동관 "방치하면 국기문란 사태"
국무총리실은 4일 "한 총리는 아시안게임 한중전을 전후해 포털서비스 다음·카카오에 중국 응원 댓글이 수천만 건 쏟아진 사태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긴급 현안보고를 받고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 과기부, 문체부 등 유관부처와 함께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TF를 시급히 구성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방통위는 이날 한 총리에게 한 긴급 현안보고에서 "지난 1일 한중전을 전후해 다음 응원 서비스에 뜬 '응원 클릭' 약 3130만 건(확인 IP 2294만 건)을 긴급 분석한 결과, 해외 세력이 △가상망인 VPN을 악용해 국내 네티즌인 것처럼 우회접속하는 수법과 △컴퓨터가 같은 작업을 자동 반복하게 하는 매크로 조작 수법을 활용해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을 대량 생성했으며, 응원 서비스에 뜬 댓글 중 약 50%는 네덜란드를, 약 30%는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한 총리는 이같은 보고를 받고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과거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범부처 TF를 신속하게 꾸려서 가짜 뉴스 방지 의무를 포함한 입법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재향군인회 창설 71주년 축사에서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선동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뉴스타파> 보도의 충격이 가지기도 전에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공론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또 보여줘 국민 충격이 정말 크다"며 "이런 것을 방치하면 바로 국기문란 사태가 된다"고 했다.이 위원장은 총리 긴급보고 후 국무회의에 참석해 "외국 인터넷을 우회한 소수 사용자에 의해 여론 왜곡이 벌어진 바,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는 행위가 국내는 물론 해외 세력에 의해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인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보고 때 IP 우회와 매크로 사용의 주체를 '해외 세력'이라고 못박은 것과는 달리, 국무회의 발언에서는 '소수 사용자'라고 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일개 유저 장난으로 생길 수 없는 사안"…근거는?
국회에서도 이날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엄단 수사", "법적 조치"를 촉구했다.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가 지난 3일 해당 VPN·매크로 행위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정부·여당이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예상된다. 박 의원은 회견에서 "'다음'의 중국 축구 응원 클릭 조작 의혹이 기우가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 매크로를 이용했고, VPN으로 우회 접속하는 방법을 통해 '응원 클릭'을 조작한 것"이라며 "카카오가 3일 (의원실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중국 8강전 응원에 5592명(IP기준)이 실제로 참여했는데 '클릭 응원'은 말도 안 되게 3130만8549건이 달렸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숫자로만 봐도 조작이 명백하다"며 "경기 이후 심야 시간대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한 비정상적인 접속이 확인됐고 당시 '클릭 응원'이 2107만 건(약 70%)으로 폭증했다"며 "비정상적으로 인입된 IP의 상위 1위는 네덜란드로 밝혀졌고, 2위(부터)는 일본, 한국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유입된 IP는 VPN을 이용한 특정 세력들의 조작이기 때문에 명명백백히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박 의원은 나아가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여자 축구 8강전에서도 북한팀을 응원하는 비율이 75%에 달한 반면 한국팀 응원은 25%에 불과했다. 특정 반국가세력들이 국내 포털을 기점 삼아 광범위한 여론조작을 하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매크로 조작과 IP 우회 VPN 기술은 8800만 개의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처럼 여론을 조작하는데 쓰이는 교묘한 도구"라며 "선거를 앞두고 이런 조작행위가 드러났다는 것은 절대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선거기간에 민감한 정치 뉴스에 이 조작행위가 동일하게 자행될 수 있는데도 네이버, 다음(카카오) 포털들만 수수방관 중(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도 네이버, 카카오 뉴스 댓글을 분석해 보면, 특정 소수 아이디 소유자들이 끝도 없이 보수진영을 공격하고 똑같은 댓글을 복사해서 수십 개의 정치 기사에 온종일 댓글 조작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여론조작 행위들이 이번 중국 축구 응원 댓글에서 일부 덜미가 잡힌 것이기 때문에, 관계기관은 모든 조치를 강구해 여론조작 세력들을 엄단할 것을 촉구하는 바"라고 했다. 다만 박 의원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과 주고받은 질의응답에서는 '만약 '특정 반국가세력'이 아니라 일부 인터넷 이용자의 장난이면 어쩌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VPN Gate 마이너 갤러리' 게시판에 한 이용자가 지난 2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축구 응원 주작(조작) 중"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PC 2대를 이용해 서버 우회 매크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글을 올린 것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 글은 현재는 지워진 상태이며, 구체적으로 다음 사이트 등을 언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디시인사이드에 글 올리는 사람, 장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구체적 사안은 조금 있으면 드러날 수 있다. 1명이 1000만 건을 했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만 했다. '만약 일부 유저의 장난으로 드러난다면 어쩌겠느냐'고 묻자 "일개 유저의 장난으로 생길 수 없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만약 그렇다면) 제 잘못을 인정해야겠죠"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친민주당 세력, 친북한 세력, 친중국 세력 등이 자기 이해관계에 맞춰서 얼마든지 (선거 등에 대해 여론 조작을) 작동할 수 있다고 저희는 예측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보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포털 길들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길들이기 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며 "다만 정상적 국민 여론을 반영해 달라는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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