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살해 및 납치로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 및 서방의 인식이 급격히 부정적으로 전환되며 민간인 지원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해 온 유럽 국가들이 이번 공격으로 하마스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유럽연합(EU)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간주하지만 많은 유럽인들은 또한 이 단체를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이스라엘에 맞서는 '자유의 투사'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중동정책센터 책임자 나탄 삭스는 서구의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층과 좌파 성향의 사람들에게 하마스는 "본질적으로 가자지구의 민족주의 저항운동"으로 여겨졌지만 "토요일(7일)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에게선 그 인식이 산산조각 났다"고 짚었다. 매체는 하마스와 적대하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도 하마스가 어느 정도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안보연구소(INSS) 이사 타미르 헤이만은 매체에 가자지구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화 상대로서 하마스는 이스라엘 지도부에 쓸모가 있었고 덕분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공격을 자제해 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이러한 개념은 실패했다"고 짚었다. 이번 공격으로 서방의 하마스에 대한 시각이 바뀌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 통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 일부가 어떻게든 하마스로 흘러 들어간다는 인식 탓이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유럽 국가들의 팔레스타인 지원 중단 및 재검토 선언이 잇따랐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9일 하마스 뿐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이끄는 정파인 파타를 구분하지 않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1900만 유로(약 270억 원) 규모의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독일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구호를 중단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9일 올리버 바헬리 EU 확대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최대 기부자인 EU 집행위원회는 총 6억 9100만 달러(약 9900억원) 상당의 개발원조 포트폴리오 전체를 재검토할 것"이며 "모든 지급이 즉시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 시간 뒤 EU 집행위는 성명을 통해 "지급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번복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번 분쟁 시작 뒤 가자지구에서 18만 7518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가 가자지구 학교에 13만 7427명을 보호하는 등 민간인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쪽은 9일 식량, 전기 공급 중단을 포함한 가자지구 완전 봉쇄를 선언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하마스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이번 공격을 위해 가자지구에 모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만들어 훈련하는 등 2년 간 비밀리에 공격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가했고 하마스는 이러한 경제적 대가에 만족하는 듯 가장하고 대규모 공격을 삼가는 것으로 보였지만 뒤에서는 무장대원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많은 하마스 지도부들도 이번 공격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이를 위해 훈련 받은 1000여명의 전투원조차 훈련의 정확한 목적을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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