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삶을 위협하는 높은 등록금과 낮은 최저시급
앞으로도 계속 대학생들의 삶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대학 총장의 70%는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입장이고 이 중 41.7%는 당장 내년부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은 계속해서 등록금을 인상하려 할 것이고, 물가는 언제 잡힐지 모른다. 특히 등록금이 인상되면 국가장학금 2유형에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등록금부담은 단순히 1~2% 오르는 정도가 아닐 것이다. 국가장학금 2유형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해도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 대학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발적인 물가인상률, 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생활비 지출은 늘어난다. 그런데 최저시급은 역대 두 번째로 낮게 인상됐다.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 당장 내년에 대학을 다니려면 청년들은 지금보다 노동시간을 늘려야 한다. 물류센터 일용직을 지원하는 주기도 짧아질 것이다. 고 강보경 노동자처럼 건설일용직노동을 선택하는 대학생도 있을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노동강도가 강해지면 산재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꽤 많은 아르바이트 사업장들은 법정 휴게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인간적인 휴게시설은 고사하고 의자에 앉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쿠팡과 같은 물류센터에서는 과로와 더위로 사람이 죽어간다. 건설 현장의 산재 사망은 매년 300여 명에 달한다.산재사망은 청년의 문제, 중대재해기업 처벌이 청년을 살리는 길
물론 학생들 스스로 등록금 인상과 규제완화에 반대하고, 국가에 물가를 잡으라 요구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구나 대학 학생사회에서 등록금투쟁을 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직종은 다르지만 고 강보경 노동자의 산재사망은 청년노동자들에게 '산재가 내 일'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현실로 느끼게 한다. 강보경 노동자 이전의 7명의 산재사망자에는 다양한 연령층이 있다. "산재사망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유족의 발언이 가슴에 와 닿았다. 다음은 나일지도 모른다는, 수많은 참사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고 강보경 노동자의 사고는 산재가 학생을 포함한 모든 청년노동자들의 일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신자유주의 한국 사회는 학생들을 공부만 할 수 있게 두지 않는다. 청년들은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학생이기도 하고 노동자이기도 하다. 높은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건설현장으로 가는 학생들, 청년들이 여전히 많다. 산업재해가 청년 문제가 아닌 양 말해왔던 정부와 기업의 눈속임은 고 강보경 노동자의 죽음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모든 일하는 현장이 안전하도록 만드는 것이 청년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다. 정부는 더 이상 노동자와 청년을 구분하며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해선 안 된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실시해야 한다. 기업이 안전 의무를 다하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것이 청년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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