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사망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결국 '혐의없음'으로 가닥을 잡고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전국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개인사로 정리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3일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히며 2만 5000명이 참여한 긴급서명을 민원으로 제출, 서이초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은) 결국 혐의없음이라는 결과를 위해 두 달이나 시간을 허비했다”라며 “전국 교사들은 경찰의 성의 없는 (수사) 결과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과 관련 학부모 갑질 의혹 등에 대한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인의 사망 동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심리부검을 의뢰"한 상황이지만, '연필 사건' 등 고인 사망과 관련해 이전에 제기됐던 학부모 폭언·갑질 의혹 등은 결국 혐의없음으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이날 경찰청 앞에 모인 교사들은 이 같은 수사결과를 두고 경찰이 "(학부모가) 폭언은 했으나 범죄는 아니라는 것이지, 폭언은 아예 없었다는 것인지 2달 동안이나 조사를 했으면서도 분명한 답변은 회피"하고 있다며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을 개인 비관 행위로 방치한다면 이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교사들은 △수사 초기 경찰이 고인의 사생활을 언급하며 개인 신변비관 가능성을 제기한 점 △지난 9월 1일 서울시의회교육위 회의에서 여당 의원 또한 신변비관 가능성을 언급한 점 △지난 6일 교사간담회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고인을 향해 "더 인내했다면" 등의 발언을 남긴 점 등을 지적하며 "결국 정부와 경찰이 공적인 장소에서 벌어진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개인사로 정리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장을 찾은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개인 신변 비관이라는 시의원, 좀 더 참고 인내했어야 했다는 대통령의 망언, 교사에게 고통을 준 사람은 없으니 심리부검을 실시하겠다는 경찰의 발표는 유족은 물론이며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4달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전국의 교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라며 “이대로 수많은 의혹을 묻어버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7월 서이초 사망사건 수사 착수 당시 고인의 일기 등을 토대로 '고인이 사적인 사유로 신변을 비관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발표를 한 바 있다. 당시 서이초등학교 측 또한 교장 명의의 입장문에서 "(고인이 맡은) 학급에서는 올해 학교폭력신고 사안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서울교사노조 및 유가족 등에 의해 '고인이 사망 전 학부모 민원 등에 의한 고통을 토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지난 8월엔 해당 민원의 계기가 된 소위 '연필 사건'과 연루된 학부모가 현직 경찰 및 검찰 관계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부실수사가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수많은 의혹에 대해 한점의 진상규명도 못한 것은 민원을 제기한 가해 학부모가 현직 경찰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스스로 제식구를 감싸기 위한 것 아닌가" 물으며 "수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혐의없음을 밝히는 것은 교사들과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들기만을 기다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도봉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교사 설진성 씨는 이날 현장을 찾아 "서이초 교사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학교를 둘러싼 사회구조가 잘못되어 2년차 어린 교사가 목숨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며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학교 안에서 교사가 고립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재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사들은 "(경찰이) 고통을 호소하며 죽어간 사람은 있는데 고통을 준 사람은 없다고 한다"라며 고인의 컴퓨터, 휴대폰, 전화내역, 문자내역 등을 상세히 공개해 "악성 민원이 있었는지, 혹시 모욕이나 명예훼손은 없었는지, 교권 침해는 없었는지, 학교와 교육당국은 방치하지 않았는지 모든 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달라"고 경찰 측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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