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지정학과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전쟁 피로감은 높아지고 무고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지만, 종전이나 평화 회복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이 전쟁을 거치면서 치열해진 미·중 전략 경쟁도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러·우 전쟁과 미·중 경쟁은 우리나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들 사안을 포함해 세계 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합리적인 선택을 도모해야 할 까닭입니다.
이에 창간 22주년을 맞아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외교광장 및 평화네트워크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쟁 속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아래는 이날 토론회 발표를 맡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의 '전쟁과 신냉전의 시대, 새로운 게임 체인저를 찾아서' 발표문 전문입니다.
전쟁과 군비경쟁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여러 국가들이 상대를 위협이자 적으로 삼아 전쟁과 군비경쟁에 여념이 없는 사이에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명체를 위협하는 실존적 위협이 진짜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기후위기다. 그런데 전쟁 및 군비경쟁과 기후위기는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군사 활동 자체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또 전쟁은 물론이고 지정학적·전략적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후위기 대처에 필수적인 국제협력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위기를 넘어 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변화가 국제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전쟁과 신냉전 시대에 기후위기를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악순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재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나날이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보다 못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3월 "화석연료 중독이야말로 상호확증파괴(MAD)에 해당된다"며 인류가 "몽유병자처럼 기후재앙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올해 7월에 전 세계 곳곳이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폭염으로 몸살을 앓자 이제는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쟁과 신냉전, 그리고 이 와중에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군비경쟁은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각종 군사 무기와 장비를 만들고 이것들을 운용·연습·훈련·작전하는 과정에서, 지구촌 곳곳에 퍼져 있는 군사 시설과 부대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또 분쟁과 전쟁, 그리고 전후 복구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 각국의 군사 활동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5-6% 정도를 차지한다는 분석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민간 분야의 항공(1.9%), 해운(1.7%), 철도(0.4%), 파이프라인(0.3%)을 합한 것보다 많다. 또 세계의 군사 활동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국가 단위로 환산하면,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된다. 이처럼 군사 활동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군용기, 함정, 전투차량 등 주요 무기와 장비가 대부분 다량의 화석 연료로 기동되고 연비도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개 자동차의 연비는 30mpg(휘발유 1갤런 당 운행할 수 있는 마일) 정도이다. 이에 반해 전투용 지프차(험비)는 자동차의 5분의 1 수준인 6mpg, F-35 전투기는 50분의 1인 0.6mpg, B-2 전략폭격기는 100분의 1인 0.3mpg에 불과하다. 다량의 연료 소비와 낮은 연비는 다량의 탄소 배출로 연결된다. 1회 작전 임무 수행시, 전투용 지프차는 260 kgCO2e(이산화탄소 환산량), F-35는 27,800 kgCO2e, B-2는 251,400 kgCO2e를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또 폭등하는 군사비는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소중한 자원의 낭비를 수반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미 많은 탄소를 배출했고 또 현재도 그러한 선진국들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개발도상국들의 동참도 반드시 요구된다. 개발도상국들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저탄소형, 혹은 탄소 제로형 인프라와 기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은 자체적으로 이에 필요한 재원과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의 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매년 1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2010-2016년까지는 500억 달러 안팎을 맴돌았고 그 이후에도 8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처럼 기후 기금 재원 조달은 크게 미달된 반면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주도해온 세계 군사비는 크게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한 세계 군사비의 흐름을 보면, 2020년 화폐 기준으로 2000년대 후반에 1980년대 후반기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사상 최초로 2조 달러를 돌파했다. 또 2022년 세계 군사비는 2조 240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세계 군비지출이 가장 높았던 1980년대 후반보다 약 6000억 달러가 많다. 그런데 앞으로 세계 군사비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세계 양대 군비지출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국방비를 늘리고 있고, 주요 국가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탄하면서 노벨상을 수상한 50여 명의 사람들은 2021년 12월 "인류를 위한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세계 각국이 5년 동안 매년 2%씩 군사비를 줄이고 이 가운데 절반을 전염병, 기후변화, 극한 빈곤 해결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안"에 호응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군비경쟁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고 장기화·확전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국제협력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대표적으로 세계 양대 탄소배출국이자 군비지출국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 경쟁하고 대립하면서도 기후변화 대처에는 협력을 다짐했지만 아직까진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과 군비경쟁은 양립할 수 없다. 인류가 '냄비 속의 개구리'로 전락하는 신세를 모면하려면 냄비를 가열시키고 있는 군비 활동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결단을 내려야 하고 그 결단 속에서는 지금까지 사각지대로 존재해온 국가안보와 군사 분야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군축은 기후위기 대처에 얼마나,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대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 온도 상승폭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나면 돌이키기 어렵다. 섭씨 1.5도, 혹은 2.0도는 이를 대표하는 수치이다. 이 수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인류의 안전 및 생태 보전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선'으로 제시한 수치이다. 각국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대비 2도,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와 그 이후 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한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19년 배출량 기준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84%를 줄어야 하고 이에 앞선 2030년까지는 43%를 줄어야 한다. 또 하나는 변화되는 기후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초창기 적응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기후위기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기후위기가 몰고 오는 영향이 선진국을 포함하여 전 지구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적응에 대한 논의 또한 지구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홍수, 가뭄, 태풍 등 극한 기후가 빈번해지고 빙하와 만년설 해빙과 해수면 상승이 빨라지면서 변화된 기후환경에 대한 적응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군비통제와 군축은 이러한 기후위기 대처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우선 군사 활동의 축소는 탄소 배출의 감축으로 이어져 기후위기 '완화'에 기여하게 된다. 2022년 기준으로 군사 분야의 탄소 배출이 전체 탄소 배출의 5.5%를 차지한다면, 이는 연간 약 27.5억 톤에 해당된다. 이에 반해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탄소예산'은 얼마 남지 않았다. 탄소예산은 상승하는 지구의 기온을 특정 온도 이내로 붙잡아두기 위해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의미하는데, '1.5도 이하' 목표 달성을 위한 탄소예산은 2500억 톤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380억 톤을 배출한다고 가정하면 7년 이내에 바닥나는 셈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의 군사 활동은 나날이 증가 추세에 있다. 이를 감안해 2023년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30억 톤이라고 가정해보자. 또 2024년부터 2030년까지 7년간 군사 부문의 연간 탄소 배출량을 2023년 가정치(30억 톤)에서 10%를 줄인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하면 7년 동안 군사 부문에서만 21억 톤을 줄일 수 있다. 20%를 줄이면 감축량은 42억 톤이 된다. 42억톤은 전체 탄소예산의 6%에 근접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 감축은 기후위기 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군사 활동은 국방비 책정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국방비 감축과 감축한 예산의 기후위기 대처 투입은 '완화'와 '적응'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 국방비 감축은 해당국의 탄소 배출 감축 및 기후 위기 적응 예산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또 개발도상국들에게 지원하는 기후금융 규모를 늘릴 수 있어 이들 나라의 탄소 배출 저감형 산업구조로의 재편 및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2020년에 책정된 기후 재원(완화와 적응 포괄)과 실효적인 대처를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재원, 그리고 글로벌 국방비 감축 효과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산하 재정상설위원회의 <5차 기후재원 흐름 보고서 (2022)>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기후 재원 규모는 8170억 달러이다. 이는 2020년 세계 GDP의 약 1% 수준이다. 이에 반해 지속가능발전 국제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IISD): IISD는 기후 완화 및 적응에 필요한 금액을 세계 GDP의 약 5%에서 7%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기후대응 예산을 늘리고 있어 이 격차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부족한 부분은 매년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세계 국방비의 절감을 통해 상당 부분 채울 수 있다. 가령 세계 국방비를 2024년부터 2030년까지 7년 동안 연 2조 달러 수준으로 묶어두고, 이를 예상되는 국방비 증액과 비교해보자. 2022년 세계 국방비가 2조 2400억 달러였고 올해 세계 국방비 증액을 감안하면 2023년 세계 국방비 총액은 2조 30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이다. 또 2024〜2027년 세계 국방비 증가율을 2%로 가정해보면, 7년간 세계 국방비의 합계는 17조 4410억 달러가 되고 7년간 순 증가분은 3420억 달러가 된다. 이에 반해 2024년부터 7년 동안 세계 연 국방비가 2조 달러로 동결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7년 동안 절약할 수 있는 재원은 3조 4410억 달러에 달한다. 이렇게 절약한 재원의 절반을 기후위기 대응에 사용한다면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 수 있다. 불가능한 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복기해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냉전이 절정에 달했던 1980년대 중후반 세계 군사비는 1조 6000억 달러였지만, 1990년대 중반에는 1조 1000억 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기 때문이다. 군비 축소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도 보내주고 있는 것이다.어떻게 할 수 있을까?
군비통제와 군축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기후위기 등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은 그 당위성에 비해 현실성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군사 분야 탄소 배출량 보고를 제외키로 했고 2015년 파리협정에선 의무사항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담겨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가안보 예외주의는 기후위기 대처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군비 축소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 예산을 늘리자는 주장에 동의할 국가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명확하다. 기후위기 대처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군축을 통해 평화와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계 시민의 역할과 분발이 전제되어야 한다. 반핵 운동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핵무기를 '금기의 무기'로 만들고 냉전을 촉발·격화시킨 무기를 냉전을 종식시킨 무기로 둔갑시킨 데에는 세계 시민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핵무기를 만든 핵물리학자들 가운데 일부가 반핵 투사로 변신했고, 의사와 과학자들이 핵실험과 핵무기 사용이 얼마나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지 밝혀냈으며, 평범한 시민들이 핵전쟁의 공포에 맞서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반핵의 물결로 넘실거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글로벌 시민의 힘이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미국의 레이건 등 국가 지도자들의 생각을 바꾸게 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발판으로 삼아 이제는 '기후위기가 인류를 끝장내기 전에, 인류가 기후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를 결집해 각국 정부와 유엔 등 국제기구 대한 설득과 압박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군축을 통한 기후정의 실현에 나설 수 있는 행위자들을 찾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단번에 군비 축소에 합의하고 실천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선도국의 역할을 떠올려볼 수 있다. 우선 세계 양대 탄소배출국이자 경제대국이며 군비지출국가인 미국이나 중국의 솔선수범에 나서야 한다. 2023년 미국의 국방비는 약 9000억 달러이고, 중국의 국방비는 약 3000억 달러이다. 이 가운데 10%를 줄여 기후위기 대응 재원으로 전환한다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미중 가운데 어느 나라가 먼저 이러한 선택을 한다면, 상대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냉정하게 볼 때, 이상론에 가까울 수 있다.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고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도 대중 견제심리가 매우 강한 미국이 솔선수범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중국은 역대 탄소 배출량이 미국보다 현저하게 적은 반면에 국방비는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먼저 나서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에 대한 설득과 압박의 수위는 계속 높여야 한다. 군축을 통한 기후위기 대처의 선도국이 되는 것이 배타적이고 악의적인 경쟁을 선의의 경쟁으로 전환시키고, 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진정한 길이라는 점을 설파할 필요가 있다. 지구촌의 민심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더 나은 방법은 미중이 협력해서 두 나라가 함께 나서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중이 군비경쟁을 벌이면서 기후협력을 도모하는 것은 조지 오웰이 말한 '이중사고'(double-think)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군비통제와 군축 협력과 기후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때마침 바이든 행정부는 11월 경 미중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미가 협력해야 할 이유는 천 가지가 넘는다"며 양국의 협력에 인류운명의 향방에 달려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미중 정상회담을 촉구하면서 핵심 의제로 양국이 군비통제를 통해 긴장완화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일국적, 양자적 차원을 넘어 다자적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포함된 다자주의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그룹과 G20을 떠올려볼 수 있다. 경제선진국들의 모임인 G20이 지구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총량의 75-80% 수준이다. 또 G20 소속 국가들은 국방비 지출에 있어서도 대부분 상위권에 들어 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G20이 군사 활동 축소를 통해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고 국방비 감축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재원을 마련키로 결의하면 큰 의의를 갖게 될 것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주도해 '군축을 통한 평화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결의'를 채택하는 방법도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크게 두 가지 특권적 지위를 유지해왔다. 하나는 공식적인 핵보유국이라는 지위이고, 또 하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이다. 이러한 지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국제 평화와 안정을 지킬 책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국제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임이사국들은 이에 눈감고 있다. 더구나 이들 5개국은 지구 온난화에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다. 5개 상임이사국들은 1750년부터 2021년까지의 탄소 배출에 있어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압도적인 1위이고, 중국은 2위, 러시아는 3위, 영국은 5위, 프랑스는 8위이다. 또 이들 5개국의 2022년 국방비 합계는 약 1조3,700억 달러에 달해 세계 국방비 총액의 60%에 육박한다. 이러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특권과 현황, 그리고 책무를 고려할 때, 군비 조절을 통한 기후위기 대처 기여에 P5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령 P5가 2022년 대비 국방비를 10% 줄이면, 연간 1370억 달러를 기후위기 대응 예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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